
정부가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환경단체, 산업계, 정부, 국제사회가 각자의 입장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는 “미래세대에 기후부채를 남길 수 없다”며 목표 상향을 촉구하고, 산업계는 기술·설비·인력 투자 부담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국제사회 역시 배출 정점 시기와 산업 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감축 목표를 제시한다. 하나의 NDC를 둘러싸고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은 탄소중립이 더 이상 특정 분야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 영역을 관통하는 생존 의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누구나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감축 목표 앞에서는 의견이 갈릴까.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 후대에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보편적 가치에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각 주체가 당장 체감하는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설비 전환과 투자 부담을, 국가는 사회·경제적 안정과 실행 가능성을, 지역사회는 지역경제와 일자리 변화를 먼저 떠올린다. 결국 NDC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더 우위에 둘 것인가'라는 가치판단의 문제인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가치의 서열은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져 왔다. 과거 수천년 동안 인류는 국토 확장과 자원 확보를 위해 전쟁을 서슴지 않았고, 경제성장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일도 공공연했다. 하지만 오늘날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위해 전쟁을 하자” “경제 발전을 위해 생명을 희생하자”고 말하는 국민은 없다. 인권과 생명, 안전은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진화해 왔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미증유의 현실 앞에서 또 한 번의 근본적인 가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오늘, 우리가 새롭게 세워야 할 기준은 분명하고 단호해야 한다. 환경, 특히 탄소중립은 더 이상 상황에 따라 미룰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이다. 잦아지는 폭염·폭우·산불·가뭄과 식량·에너지 불안은 환경 문제가 곧 안전과 경제, 삶의 근본적인 기반과 직결된 사안임을 보여준다. '탄소중립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인식이 사회의 공통분모가 될 때, NDC는 정부가 정한 목표를 넘어 국가 공동의 미래를 위한 엄중한 약속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은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탄소중립의 절박한 필요성과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정확히 이해하고 내재화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사회적 합의로 확산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교육이다. 기후과학과 정책·법제를 이해하고, 미래세대와 기후정의에 대한 책임 의식을 키우며, 일상과 업무에서 어떤 행동을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배우는 과정이 절실하다. 탄소중립 교육은 단순한 환경 상식 전달을 넘어, 인지-정의-행동의 체계적인 변화를 통해 사회 전반의 가치와 의사결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인프라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탄소·기후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약 560만명 공무원을 대상으로 생태전환 교육을 법제화했고, 캐나다는 연방공무원 필수 과정으로 기후 문해력 교육을 운영한다. 호주 역시 공공서비스 직원을 대상으로 넷제로 기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성희롱 예방, 장애인식개선, 개인정보 보호 등 5대 법정의무교육을 통해 '중요한 가치는 교육으로 보장한다'는 원칙을 이미 실천하고 있다. 탄소중립 교육도 바로 이와 같은 수준의 국가적 우선순위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탄소중립 의무교육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등에 공공부문 탄소중립·기후변화 교육 의무화를 명시해 교육 시행의 법적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 둘째, 정책 주체인 공공부문 종사자 약 150만명을 우선 교육 대상으로 삼고, 이후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단계별 중장기 로드맵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전문성과 공공성을 겸비한 전담기관을 지정해 교육 기획부터 운영·평가까지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관리·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환경보전원은 기후·환경교육 운영 경험과 전국 단위 교육 인프라를 기반으로 탄소중립 의무교육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실행 기반을 갖추고 있다. 환경교육 제도운영과 국가 단위 사업 수행을 통해 축적한 운영 역량은 의무교육 도입 시 콘텐츠 개발, 플랫폼 운영, 품질관리, 성과점검 등 실무 기능 전 과정을 총괄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충분하고 생각한다.
결국 NDC를 둘러싼 논쟁은 “어떤 숫자가 적정한가”를 넘어, “어떤 가치를 양보하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탄소중립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 세우고, 이를 뒷받침할 탄소중립 의무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를 위한 전담기관을 지정해 기획·운영·평가의 책임을 일원화할 때, NDC는 종이에 적힌 목표를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지키는 사회적 약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 교육 의무화는 바로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우리 시대가 선택해야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편, NDC는 각국이 파리협정에 따라 자국의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설정·제출하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 우리나라는 최근 2035년까지의 2018년 대비 53∼61% 감축을 확정한 바 있다.
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
〈필자〉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사이버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호서대 대학원 환경공학박사를 취득했다. 국립환경인재개발원장을 거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물통합정책국장을 맡았으며, 2021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했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을 역임했다. 환경부 산하 '환경보전협회'가 '한국환경보전원'으로 변경된 후 지난해 12월 초대 원장으로 취임, 환경 전문가로서 녹색전환 사회 실현을 위한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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