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에 걸렸다. 고열과 몸살 증상이 몇 시간 만에 급격하게 찾아왔고, 병원에서는 독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회복 중 맞이한 가을비에, 오랜만에 바깥문을 열고 흙냄새와 풀냄새를 맡으려 했지만, 기대와 달리, 밭에 버린 생선에서 나는 냄새 같은 비린내 때문에 메스꺼움을 느꼈다.
왜 다른 냄새는 사라지고 오직 비린내만 이렇게 강하게 느껴지는 걸까? 이번 호에서는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냄새란?
냄새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향을 내는 분자(odorant molecules)로 이루어져 있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으로 이루어진 유기 화합물들이 구조와 크기, 극성, 분자의 기능성에 따라 특정한 냄새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풀냄새 분자는 탄소 사슬이 6개로 이루어져 있는 헥사날(Hexanla)이 신선한 풀냄새를 담당하고, 헥사놀(Hexanol)이 상쾌한 향을 만들며, 헵타날(Heptanal)이 달콤한 풀 향을 추가한다(Croijmans 외 7인, 2022).
후각의 기본 원리
후각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냄새 분자가 코안의 후각 수용체에 의해 감지되고, 그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냄새를 인식하게 되는 감각이다. 수용체(receptor)란 체내에서 특정 자극이나 신호를 인식하고 이에 반응하는 단백질이나 구조를 의미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과학자들은 분자 구조와 냄새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러한 연구는 후각 수용체의 존재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1991년, 린다 벅(Linda Buck)과 리차드 액설(Richard Axel)은 후각 수용체를 암호화하는 유전자군(olfactory receptor genes)을 발견하여, 인간이 다양한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작을 밝혀냈다. 이들의 업적은 인간이 약 1만여 가지의 서로 다른 냄새를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는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그 공로로 두 과학자는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복잡하고 신비로운 후각의 비밀을 밝혀낸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밝혀진 후각 작동 원리를 보면, 각 냄새 분자는 특정 후각 수용체와 결합하여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된다. 이 신호들이 뇌로 전달되어 ‘풀 내음’, ‘흙냄새’, ‘비린내’ 같은 냄새 경험으로 인식된다. 더불어, 냄새 분자가 여러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면, 일부 수용체는 서로의 신호를 억제하거나 강화한다. 이러한 상호작용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냄새 조합을 세밀하게 구별할 수 있다.
후각 손상이 일어나는 원리
독감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일반 감기나 코로나바이러스도 공기가 입이나 코를 통해 들어오는 길목인 상기도(上氣道, upper respiratory tract)를 먼저 감염시킨다. 이러한 상기도 바이러스들은 후각 신경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염증을 유발하여 주변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상기도 바이러스 감염 후 후각상피의 구조적 손상이나 후각 신경세포 수의 감소가 조직학적으로 관찰된 바 있다(Liu 외 4인, 2023). 이 과정에서 일부 수용체는 손상되고, 새로운 세포는 불균형하게 재생되어 후각 신호가 왜곡된다. 즉,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할 수용체가 일부만 살아남거나 기능이 떨어져 특정 냄새만 남게 된다.
왜 하필 비린내일까?
필자는 독감 진단 후 유독 비린내만을 맡았지만, 코로나 환자의 경우, 생선 냄새(fishy smell)를 지속적으로 느꼈다거나 일부 냄새는 정상적으로 맡지 못하고, 특정 불쾌한 냄새만 맡는다는 보고가 있다(sky news, 28 December 2020 기사; Liu 외 4인, 2023).
그 이유로는 먼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후각 수용체와 신경세포가 바이러스로 인해 손상을 입어 후각신호처리에 왜곡이 생긴 것이다. 두 번째로 삼차신경을 통해 자극적인 냄새를 느끼는 것이다. 삼차신경은 뇌에서 나오는 12쌍의 뇌신경 중 다섯 번째 신경으로, 주로 얼굴의 감각 정보와 일부 근육 운동을 담당한다. 이 삼차신경은 콧속에서 자극적이거나 화학적인 냄새를 ‘따끔함, 매움’처럼 감지하기도 한다. 암모니아(ammonia), 트라이메틸아민(trimethylamine), 황화수소(hydrogen sulfide), 캡사이신(capsaicin) 등은 이 신경이 감지하는 대표적인 물질들이다. 이 중 트라이메틸아민은 비린내의 대표적인 원인 물질이다. 물고기나 해산물이 죽은 뒤, 그 속의 트라이메틸아민옥사이드가 세균에 의해 트라이메틸아민으로 환원되면서 특유의 비린내가 난다. 트라이메틸아민은 강한 휘발성을 가지며,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을 자극해 따갑고 자극적인 느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uss, 1995).
후각왜곡증(Parosmia)
주변의 냄새를 정상적으로 감지하지 못하며 일반적으로 “타는”, “썩은”, “분변” 또는 “화학” 냄새와 같은 불쾌한 향으로 느껴지는 현상이다. 후각을 완전히 잃은 상태인 무후각증(Anosmia)과 함께 후각왜곡증은 흔한 현상이나, COVID-19 발병 이후 더욱 흔해졌다. 2007년 한 연구에 따르면 약 3.9%의 성인이 어느 시점에 후각왜곡증을 경험했지만 2021년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첫 COVID-19 사례가 나타난 지 1년 이상 지난 후 COVID-19 환자의 40%에서 75%가 후각왜곡증을 겪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2020년 이후 COVID-19의 부작용으로 널리 알려진 증상이다(Cleveland Clinic).
1. Croijmans, I., van Erp, L., Bakker, A., Cramer, L., Heezen, S., Van Mourik, D., Weaver, S., Hortensius, R. (2022). “No Evidence for an Effect of the Smell of Hexanal on Trust in...”. Frontiers in Psychology, 13, 966430.
2. Huss, H. H. (1995). Quality and quality changes in fresh fish. FAO Fisheries Technical Paper, 348.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
3. Liu, Z. Y., Vaira, L. A., Boscolo-Rizzo, P., Walker, A., Hopkins, C. (2023). Post-viral olfactory loss and parosmia. BMJ Med., 2(1), e000382. https://doi.org/10.1136/bmjmed-2022-000382
4.https://news.sky.com/story/long-covid-symptoms-may-include-parosmia-as-people-report-disgusting-smells-of-fish-burning-and-sulphur-12173389?utm_source=chatgpt.com
5. https://my.clevelandclinic.org/health/diseases/23986-parosmia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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