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첫 실전 무대에서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3년간 호흡을 맞춰온 호주를 상대로 경기를 주도하며 다양한 전술 카드를 실험한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은 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득점은 없었지만 이민성 감독의 축구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특히 프로 첫 스승과 제자로 만난 이민성 감독과 배준호(스토크시티)의 재회가 주목받았다.
조화와 밸런스 추구한 이민성 감독의 실험
이민성 감독은 경기 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조화다. 선수의 장점을 얼마만큼 끌어내고 팀에 얼마만큼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힌 대로 다양한 조합을 시도했다.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되 선수들의 포지션 변화를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 했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했다. 호주가 주로 측면을 중심으로 한 빠른 역습으로 맞섰지만, 한국의 안정적인 빌드업과 중원 장악력이 돋보였다. 특히 풀백 최우진(전북)이 안쪽으로 접고 들어오는 움직임을 통해 중원을 두텁게 만드는 전술이 효과적이었다.
배준호, 스승과의 재회에서 핵심 역할

대전하나시티즈에서 이민성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프로에 데뷔한 배준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해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앞으로 흐른 볼을 직접 때리며 가장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지만 아쉽게 골대를 빗겨나갔다.
이민성 감독은 배준호에 대해 “내가 품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더 큰 무대에서 뛰어야 한다”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왔다. 배준호 역시 “프로 첫 감독님이라 굉장히 좋은 기억이 많다. 다시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히며 각별한 사제 관계임을 강조했다.
배준호는 침투 움직임을 통해 직접 득점을 노리는 한편, 윙어들과의 스위칭 플레이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려 시도했다. 전반 27분에도 방향 전환 패스에 발을 갖다대며 골문을 노렸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풍부한 옵션으로 상대 압박
이민성 감독의 가장 큰 무기는 다양한 선택권이었다. 후반 들어 배준호 대신 이준규를 투입해 중앙과 측면을 오갈 수 있는 2선 자원으로 활용했다. 이어 윤재석(울산HD)과 채현우(FC안양) 대신 이승준과 김용학을 윙어로 교체하며 스피드 변화를 시도했다.
최전방에서도 정재상(대구FC) 대신 문민서를 투입하는 등 공격진 전체에 변화를 줬다. 후반 30분에는 최우진이 윙어처럼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 안쪽으로 접고 들어가며 슈팅을 날려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3선에서도 주장 이승원(김천상무)과 황도윤(FC서울) 대신 서재민과 김정현을 투입하며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는 자원들을 최대한 평가했다. 이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직력 갖춘 호주, 개인기로 맞선 한국

토니 비드마르 감독이 이끄는 호주는 3년간 함께하며 쌓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맞섰다. 경기 초반 강한 전방 압박으로 한국을 위협했고, 측면에서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공략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의 풍부한 벤치 멤버와 경험 많은 교체 자원 앞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 볼을 많이 끊어내면서 템포를 높였고, 전반 막판에는 정재상이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감각적인 백힐로 골문 쪽으로 돌려놨지만 크로스바를 넘겼다.
이민성 감독이 강조한 “전방 압박, 공격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점차 살아나면서 호주 수비진을 압박했지만, 마지막 마무리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병역 혜택 향한 첫걸음
이번 평가전은 이민성 감독 체제에서 치르는 첫 경기로, 2026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병역 혜택 획득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이 감독은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들에게 꼭 병역 면제 혜택을 전해주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국과 호주는 9일 시흥에서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