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이 마침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험난하고 외로운 과정이었다.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그는 오직 결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고,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팬들의 비판 속에서 제대로 웃지도 못했다.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서 이라크를 2-0으로 꺾은 한국은 조 2위를 확보하며 본선 직행을 확정했다. 일본, 이란이 이미 3개월 전 본선행을 조기 확정지은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늦었다.
홍 감독은 지난해 7월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선임부터 여론은 냉담했다. 홍 감독의 선임 배경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결국 그는 국정감사장까지 출석해 선임 절차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해명해야 했다. 그 자리에서 홍 감독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고 싸늘한 팬들의 질타와 마주해야 했다.
대표팀 지휘 시작부터 팬들의 야유는 거셌다.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과의 3차 예선 첫 경기에서 홍 감독이 전광판에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경기장엔 야유가 터졌다. 팀은 이 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오만, 요르단, 이라크 등을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흐름을 되찾는 듯했으나, 3월 홈 2연전에서 졸전 끝에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여론은 다시 악화됐다. ‘전술이 없다’, ‘교체 타이밍이 엉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손흥민(토트넘) 등 선수들조차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다며 팬들의 이유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이처럼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도 홍 감독은 자기 주장이 뚜렷한 슈퍼 스타들을 이끌고 끝내 3차 예선 통과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1년이다. 주축 공격수 손흥민은 에이징 커브에 들어섰고, 이강인은 소속팀 PSG에서 입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수비의 핵 김민재는 부상 이력을 안고 있으며, 황인범의 짝으로 확고한 파트너도 없다. 실전적인 전술 완성도 역시 다시 점검이 필요한 상태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수비 리더이자, 한때 ‘국민 영웅’이라 불린 홍명보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감독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이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직전 국민 여론에 의해 ‘소방수’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극심한 질타를 받았다. 이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선임 직전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팬들의 신뢰를 적잖게 잃었다. 홍 감독이 내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월드컵 16강을 이끌어내면서 실추된 자신의 명예도 회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