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떠오른 롯데의 악몽, ‘가을야구 청부사’에게 묘수는 있을까

2025-08-20

롯데가 20년만에 굴욕적인 기록을 소환했다.

롯데는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2-5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지난 7일 사직 KIA전에서 5-6으로 패한 후 9연패에 빠졌다.

2005년 6월5일 수원 현대전부터 14일 마산 두산전까지 9연패를 기록한 이후 20년 2개월 5일만에 다시 9연패에 빠졌다. 무려 7371일만에 어두운 과거의 기록을 가져왔다.

고민이었던 타선이 이날도 힘을 내지 못했다. LG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를 공략하지 못했다. 톨허스트에게 5개의 안타와 3개의 사사구를 얻어내고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6회초 윤동희, 유강남이 연속 안타를 치고 박찬형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전민재와 황성빈이 모두 범타로 돌아서면서 득점하지 못했다. 불펜이 가동된 7회에도 2사 1·2루의 찬스를 만들어내고도 윤동희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태형 롯데 감독은 선수단에게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롯데는 이날 1군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줬다. 1군에서 벤치 코치로 있던 김민호 코치를 2군으로 보내고 잔류군 총괄로 갔던 김민재 코치를 1군 벤치 코치로 불러올리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경기 중에는 과감한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2회 1사 1·2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김민성이 3구 삼진으로 물러나자 바로 2회말 수비를 앞두고 박찬형과 교체시켰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좀처럼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롯데의 팀 안타는 10개로 LG보다 1개가 더 많았다. 잔루는 12개에 달했다. 결국은 해결사의 부재가 패배로 이어진 것인데 연패 기간 동안 풀어내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롯데는 현재 베테랑 전준우가 부상으로 빠져있다. 팀의 중심을 잡을 고참 선수가 거의 전무하다. 이렇다보니 지난 시즌에도 약점으로 떠오른 경험 부족이 올해에도 다시 발목을 붙잡고 있다.

지난해 시즌 막판 5위 싸움을 하다 결국 정규시즌 7위로 마무리한 롯데는 마무리 훈련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기본기를 다지고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단내’나는 훈련은 계속됐다.

그리고 시즌 초반부터 노력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요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채우며 두터워진 선수층을 확인하기도 했다. 롯데는 선두권을 달리면서 전반기를 당시 2위였던 LG와 1경기 차이인 3위로 마치며 8년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향한 희망을 밝혔다. 전반기 타율 0.280으로 리그 1위를 기록하며 강한 타선을 내세운 덕분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집중해야할 시기에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피로가 적지 않게 쌓이다보니 8월 들어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 그나마 1군에서 3시즌 동안 풀타임 경험을 쌓은 윤동희가 8월 타율 0.143으로 부진에 빠졌고 손호영도 0.164, 고승민이 0.211, 황성빈이 0.222 등으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8월 롯데의 팀 타율은 0.209로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국내 타자들과 함께 외인 타자 레이예스 역시 월간 타율 0.255에 머무르고 있다. 강점인 타격이 약해지니 이길 힘이 사라졌다.

흔히 타격 페이스에는 사이클이 있다고 한다. 사이클이 떨어지는 기간을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데, 이 시기에서 빨리 벗어나는 비결은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롯데 전력 대다수의 선수들이 젊은 타자들로 구성되어있다보니 부진을 타개할 방법을 쉽사리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가을야구 청부사’로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도 이런 상황에서 쉽사리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준우는 선수단과 동행하며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지만, 9월이나 되어서야 전력에 합류할 수 있다.

롯데는 19일 패배했음에도 같은 날 4위 SSG가 KT에 패하면서 3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긴 연패는 가을야구 진출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05년에도 그랬다. 당시 양상문 전 감독(현 한화 투수코치)이 이끌었던 롯데는 9연패가 가을야구 진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직전 해까지 4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롯데는 그 해 초반부터 선전하며 희망을 봤다. 5월 말에는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6월 9연패로 순위가 떨어지면서 정규시즌 순위를 5위로 아쉽게 마쳤다. 그 해 선발진에는 손민한이 18승7패 평균자책 2.46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내고 MVP까지 수상했음에도 팀은 가을야구의 염원을 풀지 못했다.

이대로 가을야구에 진출한다고 해도 문제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경험이 더욱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승 경험이 많은 김태형 감독도 풀어내기 힘든 숙제다. 여러모로 기나긴 연패가 롯데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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