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의 무지(無智) 무득(無得)]군자지중용야(君子之中庸也)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

2025-07-03

중국 고전 중용(中庸)에 '군자지중용야(君子之中庸也) 군자이시중(君子而時中)'이라는 말이 있다. 중용은 어떤 상황에도 치우치지 않고(中), 그때그때의 적절함에 맞게 행동하는(庸) 지혜로운 삶의 태도이자 덕목을 의미한다.

시중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양한 '때'와 '상황' 속에서 가장 적절하고 조화로운 '중'의 지점을 찾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오늘의 현실에 맞추자면, '(군자에 해당하는) 리더들과 공무를 담당하는 모든 이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미국에서의 일이다. 1~2년 전에 비해 컴퓨터 전공자 취업률이 추락하고, 빅테크를 포함, 기업에서 개발자에 대한 대규모 해고가 진행 중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인한 결과다. 순수 코딩 직무의 수요는 감소하고, AI 기반 도구들을 활용해 더 가치 있는 작업에 집중하는 능력이 필수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다른 모든 산업과 직무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AI로의 대전환'이 현실이 되었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정보기술(IT) 인력양성사업을 시행해 왔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년째 시행중인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사업을 통해 50여개 대학에게 SW·AI 전공교육과 SW·AI 기반 교양필수 및 융합교육을 지원한다. 정부 지원 하에 많은 대학이 우수 SW·AI 전문인재와 융합인재를 배출해 왔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난날 IT 강국으로서 영예를, 미래의 AI 강국으로 이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정부의 SW·AI 인력양성사업이 시대적 변화를 적절히 반영해왔음을 증명하는 결과다.

불과 1~2년 사이에 세상이 변했다. 대학교마다 컴퓨터 관련 첨단학과들은 신입생뿐 아니라 전과(轉科)와 편입(編入)으로 진입하는 학생들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게다가 학교마다 2만여명을 넘나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1~2학점에 불과했던 교양필수 교과목을 9학점 내외로 확대했고 연계전공이나 융합전공을 교육하는 융합교육과정도 지속적으로 신설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의 '자발적 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40명을 수용하는 컴퓨터 실습실 PC를 교체했던 비용으로, 이제는 H100 그래픽 카드 단 1장 밖에 살 수가 없다.

SW중심대학사업은 지난 10년간 SW·AI 전공교육의 강화와 더불어, 전교·학문적 진화의 계기와 토대를 확립하는 데까지는 완벽한 기여를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전교생 대상으로 교양교육과 융합교육의 질적 성과를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 되어 버린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특히, 대학들은 개별 학문의 특징, 정체성 및 미래를 위한 진화 방향 등의 다양성을 수용함으로써 모든 청년들의 졸업 이후의 성공적인 삶을 보장해야 하는 책무를 완수하기 위한 방안을 절실하게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인자(仁慈)하지 않다.

이 지점에서 교육부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시중(時中)의 자세로 군자(君子)다운 중용(中庸)을 보일 때다. 지금은 모든 학문에 있어 'AI 대전환'이 필요하므로, 특정한 분야가 아닌 대학 전체(中) 혁신과 발전을 이끌어 나아가는 것(庸)이 대학교육의 주관부처인 교육부에게 하늘이 품부(稟賦)한 천명(天命)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교적 학문적 진화의 중추 역할을 할 SW·AI 전공 학과들의 독립적이면서도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또한 'AI 대전환'이라는 시중(時中)에 맞추어 군자(君子)다운 중용(中庸)을 보이면서 지속적으로 확대 지원하리라고 믿는다.

이강우 동국대 컴퓨터AI학부 교수 klee@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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