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금융업의 본질

2025-07-02

미국 철학자 매슈 크로퍼드는 저서 '운전하는 철학자-운전이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에서 '운전'에 대한 행위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운전자가 차를 고르는 과정부터 시동을 걸고, 목적지로 향해가는 과정과 신호를 확인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사소한 개인적인 부분부터 시대상까지 모두 '운전'에 포함돼있다. 시간이 흐르며 '운전'과 '운전자'에 대한 설명도 조금씩 변해왔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의 현재와 미래 양상을 보여준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는 시대, '라이다'와 '레이더' 기술 경쟁이 시작됐다. 기술에서 시작된 논의는 '트롤리 딜레마'로 대표되는 시스템 도덕성 문제와 함께 안전과 법적 규제로, 나아가 기술 발전 속 운전자가 아닌 승객으로서 인간의 주체성과 이동성까지 확장됐다. 운전을 매개로 기술과 산업 발전 속 행위의 본질과 여기에 담긴 의미를 고민해본다.

오늘날, 금융업을 떠올려본다. 금융업은 기술 대전환 최전선에 놓였다. AI 에이전트를 필두로 업무 자동화, 내부 통제 등 AI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디지털가상자산 시대를 앞두고 앞다퉈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에 한창이다. 시중은행들은 각종 혁신금융서비스 신청과 외부 솔루션 도입, 임직원 교육을 앞다투어 진행하며 '기술 선도 은행'을 외치고 있다.

금융산업 대전환 시대다. 금융기술에서 파생되는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AI에 투자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오프라인 영업점이 문을 닫는가? 디지털자산 시대 금융기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금융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이다.

최근 만난 한 금융권 고위 임원은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산발적인 움직임 속 금융업 본질이 잊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 그 자체를 쫓기보다, 산업 본질에 기술을 녹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각종 기술이 휘몰아치는 태풍 속, 명확한 방향과 의지가 중요한 때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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