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럭비(World Rugby)가 남자 럭비 선수들에게 “여자 럭비에서 배우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2025 여자 럭비월드컵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팬 친화적인 행동이 대회 분위기를 바꾸고, 신규 관중 유입까지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3일 전했다.
여자 럭비 선수들은 단순히 경기력으로만 팬들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다. 경기 후 두 팀이 함께 춤을 추거나, 관중석 앞에서 오래 머물며 셀카 촬영과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 이어졌다. 일본 대표팀은 경기 후 관중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절 문화’를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앨런 길핀 세계럭비 회장은 “팬과의 자발적 교감이 선수들의 개성을 드러내고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제는 다시 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행동이 경기력을 해치기는커녕 오히려 활력을 불어넣는 ‘퍼포먼스 강화’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럭비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회 관중의 90%는 처음으로 럭비 경기를 관람한 사람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다시 보러 오겠다”고 응답해 대회가 남긴 파급력을 보여줬다. 길핀 회장은 “내가 경험한 어떤 럭비월드컵보다도 뜨거운 분위기였다”며 2027년 호주 남자 대회에 이를 참고할 ‘사실과 통계 자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팬 친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일부 선수들은 외모나 스타일을 이유로 온라인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웨일스 대표팀 8번 조지아 에번스는 경기장에서 리본, 화장 등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해왔다. 이에 대한 조롱성 댓글도 뒤따랐다. 그는 “내 방식은 경기력과 열정을 전혀 해치지 않는다. 나는 ‘바비 인 더 파티(Barbie in the party)’로서 그대로 뛸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전통적으로 남성적이고 거친 이미지인 럭비에서 애번스는 바비 인형 같은 화려함과 개성을 하겠다는 발언이다. 세계럭비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을 도입해 온라인 악성 댓글을 걸러내고 있으며, 월드컵 대회국 관계자들도 “혐오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자 럭비는 경기 내용 면에서도 성장을 증명했다. 닉키 폰스퍼드 세계럭비 경기력 담당 이사는 “출전팀이 12개에서 16개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준은 오히려 높아졌다”며 “경기당 패스는 22개 늘었고, 노크온은 줄었다. 러크와 트라이 수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여자 럭비의 변화는 단순한 이벤트 차원을 넘어, 남자 럭비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형성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더 많은 개성, 더 큰 교감’이란 메시지가 세계 럭비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