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관영매체들이 북미관계가 악화됐을 때 미국 대통령을 거칠게 호명했던 과거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비교적 점잖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미국의 압력 책동을 배격’ 제하 기사에서 인도와 러시아의 원유 거래와 관련한 미국의 반응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집권자’라고 표현했다.
신문은 “미국 집권자는 지난 7월 인도가 러시아산 무기 및 원유를 구입하는 경우 추가 처벌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며 최근에는 인도가 더 이상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인도 정부 소식통들은 미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지난 1일 인도 외무성 대변인도 인도는 러시아와 오랜 시일을 거쳐 입증된 굳건한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지난 1월 이후 이날까지 ‘미국 집권자’라는 표현을 총 10차례 사용했다. 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특정 국가 국민 입국 금지, 이란 사태 등 국제 정세를 다룬 보도에서였다.
신문은 지난 1월 22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사흘 만에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고 간단히 전한 바 있다.
특히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보도가 주민들에게 북한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공격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미 담화 등 강경 발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으나 해당 매체는 인터넷 전용으로 주민 접근성이 낮다. 담화 내용은 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 대중 접근 매체를 통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북한 매체들이 바이든 전 대통령을 향해 ‘노망난 푼수’, ‘늙다리’, ‘양키’ 등 원색적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와 2018년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여전히 양측이 개인적 친분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여정 부부장 역시 최근 담화에서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노동신문의 ‘미국 집권자’ 표현과 관련해 “트럼프 2기 출범 후 대미 메시지 발신 시 이전 시기보다 미국을 지칭하는 표현 등에서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