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도 부담” vs “소상공인 못 버텨”…최저임금 인상 딜레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25-06-27

최저임금 간극 ‘1390원’…또 법정 시한 넘겨

“인상해야” vs “동결해야”…노사 줄다리기

직장인 57.0% “최저임금 12000원 넘어야”

자영업자 30.4% “월 최저임금도 못 벌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대학생 이모(24)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요즘 밖에서 밥 한번 사 먹는 것도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난다”며 “전반적인 물가 부담이 커 최저임금이 오르면 빠듯한 생활에 조금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강모(51)씨는 “PC방은 24시간 영업하다 보니 야간수당도 기본 시급의 1.5배를 줘야 한다”며 “임대료에 운영비까지 이것저것 따져보면 아르바이트생보다 내가 가져가는 수익이 적을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결국 올해도 최저임금 논의가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기게 된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도 “물가 상승만큼 임금도 인상돼야 한다”는 주장과 “지금도 인건비 부담이 커 고용이 어렵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가 제시한 최저임금 1·2차 수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올해보다 14.7% 오른 1만1500원으로,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1만30원으로 동결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1차 수정안에서도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을 유지했고, 경영계는 올해보다 0.3% 인상한 1만60원을 제시했다.

이후 2차 수정안에서는 노동계가 40원을 내린 1만1460원을, 경영계는 10원 더 올린 1만70원을 제출했다. 올해 최저임금 대비 노동계와 경영계의 2차 수정안 인상률은 각각 14.3%, 0.4% 수준이다.

노사가 서로 한발씩 물러서긴 했지만, 1390원이라는 격차는 여전히 크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 가구의 실제 생계비는 현재 임금 수준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촉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은 29일까지다. 하지만 사실상 심의 시한 전 최종 회의로 예상됐던 7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논의는 결국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최임위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8차 회의에서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직장인들은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만큼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말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5년차 직장인 김모(34)씨는 “내년 하반기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월급만으로는 결혼 준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투잡을 뛰고 있다”며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으로는 삶이 너무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은 현행 시급 1만30원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57%는 내년도 최처임금이 1만2000원은 넘어야 된다고 답했다.

반대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며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서울 동작구에서 라멘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7)씨는 “지금도 최저임금이 부담스러워서 아르바이트생을 가장 바쁜 시간대에만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쪼개기 일자리가 늘고 결국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조사했더니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월평균 소득이 현행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절반은 현 최저임금이 이미 과도한 수준이라고 느끼고 있으며, 65%는 인건비 부담으로 추가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