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가는 줄고 있는데 농업경영체는 되레 늘고 있다. 엇갈린 흐름의 배경엔 ‘소농직불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새 정부 출범으로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 논의가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직불제 개편 방향을 짚어본다.
농가는 2020년 103만5193가구에서 2024년 97만3707가구로 5.9%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농업경영체(농업인)는 173만905개에서 182만3406개로 5.3% 증가했다.
같은 농지면적으로 더 많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소농직불제가 농지 쪼개기를 부추기면서, 경영체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연 단국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기본직불은 면적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일정 규모 농지를 0.5㏊(1513평) 이하로 쪼개 소농직불금을 받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직불제 체계로는 농업의 규모화나 산업화를 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0.5㏊ 이하 농지를 경작하는 경우 규모와 관계없이 연 130만원의 소농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1㏊(3025평) 농지로 면적직불금을 받는다면 논을 기준으로 진흥지역은 215만원, 비진흥지역은 187만원을 지급받는다. 농지를 둘로 쪼개 소농직불금 260만원을 받는 것이 더 이득인 셈이다. 이런 직불금 구조를 틈탄 듯 소농직불 신청은 2021년 51만1000건에서 올해 61만7700건으로 20.9% 증가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 소농직불 단가를 낮추고 면적직불 확대를 검토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소농직불 폐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면적직불제 역시 현행 단가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형평성을 명분으로 역진적 단가 체계가 도입됐지만, 재배면적이 클수록 직불금 총액이 늘어나는 만큼 혜택이 대농에게 쏠린다는 비판이 많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공익직불의 핵심 기능은 식량안보 기여에 대한 보상인데, 밀·콩·옥수수는 자급률이 낮고 쌀은 높은 이중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현 제도는 넓은 면적에서 재배가 용이한 쌀, 특히 다수확 품종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규모화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2022년도 농업소득 분석과 과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개별 경영체가 7㏊(2만1175평)까지 규모화하면 생산비가 줄어들지만, 그 이상부터는 비용 절감 효과가 정체되는 ‘L자형’ 추이가 나타났다. 기존 농지와 연접한 농지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의 농지까지 묶는 방식으로 규모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규모화 가능성이 있는 중소농이 면적직불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단가 체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기조에 맞춰 소농직불 예산을 축소하고 그 재원을 지역 기본소득 지원에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황의식 GS&J 인스티튜트 농정혁신연구원장은 최근 한국농식품정책학회가 개최한 포럼에서 “영세 소농은 기본소득 지원과 (단가를) 축소한 소농직불금으로 기존의 수혜금액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직불제의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농지를 보전하는 소유자에게 직불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농지 보전을 위해 비농민 소유의 농지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거나, 국가가 공공비축을 하는 방안이 논의되지만 실효성이나 실행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농지 소유자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되, 해당 농지를 농업용으로 유지·관리하겠다는 조건을 붙이는 방식의 ‘농지 소유자 직불’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