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의료원조 받은 한국, 이제는 돌려줘야 할 때”

2025-06-29

"한국이 의료선진국 반열에 올라선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아무것도 없었을 때 미국 같은 의료선진국에서 의대생, 전공의들에게 교육 수련 기회를 제공해줬거든요. 그 도움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 의료가 있는 겁니다. "

박종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28일(현지시간) 한국-라오스 내시경 워크숍 이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60여년 전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돌려줘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 뜻을 품고 이번 일정에 동행해준 동료 의사들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고 했다. 진료와 연구 일정 등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서울·전주·제주 등에서 학회 임원들이 힘을 보탠 덕분에 양국간 첫 교류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준비 과정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번 여정에는 학회 박영숙 회장(노원을지대병원 교수)과 이범재 기획총무이사(고대구로병원 교수) 외에도 이성준 부회장(강원대병원 교수)·조진웅 글로벌네트워크 교육이사(예수병원 부원장)·최은광 부총무이사(제주대병원 교수)가 총대를 멨다. 이들은 “라오스 현지 젊은 의사들의 순수한 열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선 내시경을 통한 진단 뿐 아니라 치료 용도의 고난도 시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내시경으로 상부 위장관 점막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을 확인하는 동시에 전용 칼로 제거한다. 배를 갈라 진행하는 개복 수술 못지 않게 시술 성적도 뛰어나 치료 내시경 분야에서는 글로벌 탑티어 국가로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국제 소화기 내시경 네트워크 학술대회(IDEN 2025)’에는 세계 34개국에서 9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박 이사장은 “의학교육은 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보다 스스로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쓰지도 못할 값비싼 첨단 장비를 가져다 주는 것보다 제대로 된 현지 의사를 길러낼 수 있도록 돕는 게 의료취약지를 위한 가장 명확하고도 현명한 지원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중국 투자로 내시경 장비가 들어왔는데 사용할 줄 아는 의사가 거의 없다는 소식을 접한 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오랜 기간 품어왔던 ‘찾아가는 의료 나눔’의 비전이 이번 교류의 핵심 동력이 됐다”고 했다. 이번 워크숍이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현지 의료진 초청 연수 등 지속 가능한 글로벌 협력 모델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내시경 기술을 가르친들 뭐가 달라질까 싶겠지만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며 “한 명의 의사가 바뀌면 환자 수천 명의 삶이 바뀌고 나아가 사회 전체가 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 의료 협력의 빅스텝을 내딛은 만큼 도움을 제공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라며 “의료취약지의 자립적 성장을 도우며 학회와 한국 의료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엔티안(라오스)=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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