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그냥 평범한 부장검사에 불과한데 갑자기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돼서 당황스럽죠.”
문지석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현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는 지난 2주간의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 15일과 2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한 검찰 지휘부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첫 출석 당시 “근로자들이 퇴직금 200만원이라도 신속하게 받았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쏟아 화제가 됐다.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 행보로 해석될까 방송 출연과 대면 인터뷰는 고사하고 있다는 문 검사를 지난 28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저는 평범한 검사”라며 사건을 조사한 근로감독관에게 공을 돌렸다.

문 검사는 올해 8월 인사에서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으로 발령됐다. 지난 4월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이 불기소 처분되고 5월 대검 감찰이 시작된 뒤였다.
그는 “사실상 좌천성 인사였다”라며 “두 가지만 해결하고 옷을 벗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되새겼다. 첫째는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고소인(진정인)들이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둘째는 지휘부 외압에 대한 적절한 처분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는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지급 기준을 이전 방식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5월 일용직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기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지 약 2년 반 만이다. 문 검사는 “첫 번째 목표는 초과 달성됐다”며 “외압 의혹은 이제 시작인데, 상설특검이 출범하면 형사 처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최근 상설특검을 통해 쿠팡 외압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올초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 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의 결정을 뒤집고 지난 4월 쿠팡풀필먼트서비스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과 김동희 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현 부산고검 검사) 등 지휘부가 핵심 증거를 대검 보고서에서 누락하고 불기소 처분을 압박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특검 역할이다. 지난해 9월26일 실시된 노동청의 쿠팡 압수수색 계획이 사전 유출된 의혹도 규명돼야 한다.
‘정의로운 검사’로 일약 스타가 됐지만, 문 검사가 원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노동사건을 담당하는 공공수사(옛 공안)부서에는 검사 초반 시절 잠시 몸 담았을 뿐이다. 그는 “공공수사 경력이 많은 차장검사가 ‘무혐의가 명백하니 힘 뺄 필요 없다’고 자주 말했는데, 저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편견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문 검사는 “우리나라 헌법과 근로기준법,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해석해 원칙대로 수사했을 뿐”이라며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퇴직금이 한 사람당 200만원 언저리였고, 전체 합계는 17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걸 지급하지 않기 위해 대기업이 대형법무법인까지 선임해 대응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고 했다.
문 검사는 인터뷰 중 수 차례 “근로감독관이 더 대단하다”고 했다. 전국에서 유사 사건이 17건 있었지만, 모두 무혐의 또는 내사 종결됐고 압수수색에까지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 근로감독관과 문 검사의 합작으로 이뤄진 압수수색을 통해 핵심 증거인 쿠팡 내부문건이 확보됐다. 문 검사는 “외골수, 독고다이 두 명이 만난 것 같다”며 “얼굴도 연락처도 모르지만, 근로감독관도 저만큼 주목받아야 할 분이다. 법사위 출석 때 마지막 소회를 말하라고 하면 그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노동계는 이번 일을 ‘특이 케이스’라고 평가한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임금 체불 사건은 근로감독관이 적극적으로 사건을 송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사측과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근로감독관도, 검사도 잘 만난 굉장히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쿠팡 측은 지난해 해당 근로감독관이 ‘권한을 남용한다’며 진정과 기피 신청을 제기했으나 노동청으로부터 기각당했다.

문 검사는 쿠팡 관련 사건들이 줄줄이 무혐의를 받아온 데 대해 “복합적 원인이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검사들이 친노동적이기보다 친기업적이고, 근로감독관도 퇴사하면 기업이나 대형법무법인으로 이직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지난 5월 이후에만 고용노동부 5∼6급 공무원 8명과 공정거래위원회 5급 사무관과 4급 과장, 산업통상자원부 3급 상당 관료, 검찰 7급 출신 등 최소 10여 명의 관료를 영입했다. 대형법무법인들도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맞춰 노동부 출신 인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문 검사는 지난 5월 대검찰청에 외압 의혹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의뢰했다. 그 과정에서 사법연수원 36기 동기인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윤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폭로하자고 했을 때도 반대했다. “대검에 감찰을 의뢰했으니 내부 절차에 따라 내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었다”는 것이다.
애초 이번 사건만 마무리되면 옷을 벗을 생각이었다는 그는 “작년부터 사건이 기사화되면서 조직 내에서 저를 안 좋게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국감 이후로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특검을 통해 진상이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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