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비서실장과 '핫라인' 구축...대통령이 승인 받고 추진"
보고 요청에 "첫 반응은 '알았다'...두 번째 말하니 '보고하겠다' 반응"
"허심탄회한 대화 나눠...와일스, 마지막에 웃더라"
"김정은 방중 사전 인지…이런 흐름이 한미회담에 영향"
"오늘 일정 발표될 것도 보고 받아…남북 대화·협력 채널 늘 열려 있어"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핫라인'을 구축한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과 만나 서로의 오해를 풀고 허심탄회한 만남을 가졌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와일스 비서실장과 만난 뒷얘기를 공개했다.
강 실장은 당시 오후 1시 예정됐던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40분간 와일스 실장과 전격적으로 만났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20분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한국의 특검 상황을 두고 '숙청, 혁명' 등을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던 상황이었다.
강 실장은 "처음 인사를 간단히 하고 트루스소셜에 관해 얘기했고, 그 뒤로 만남의 의미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얘기했다"며 "와일스 실장은 협상과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했고 또 저도 질문을 했다. 우리가 뭘 답답해하고 어려워하는지, 미국은 뭘 원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길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나오면서 다시 한번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께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제 느낌으로는 처음에 말했을 때 반응이 '알겠다' 정도였다면 마지막엔 '보고하겠다'에 가까웠다"고 했다.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공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설명을 듣고는 태도를 바꿔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사태를 진화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강 실장은 영어로 짧게 "좋은 대화였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고, 이에 와일스 실장은 웃음으로 답했다고 한다.
강 실장은 "40분 대화하는 동안 와일스 실장이 민망할 정도로 안 웃었는데, 그때 한번 웃어줬다"며 "'본인도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저는 해석했다"고 술회했다.

강 실장은 와일스 실장과 대화에 나선 배경에 대해선 "첫 번째 통상협상을 하면서 미국의 정책결정권자와 다양한 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미국에 많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국내 대기업들에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예상외로 백악관과 직접 소통할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승인을 얻어 와일스와의 핫라인 구축과 소통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향후 핫라인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보통 핫라인은 다른 라인의 연락이 안 될 때 쓰는 것인데, 지금은 연락이 잘되지 않느냐"며 "보조적인 역할로 비서실도 소통하기로 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다음 달 3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열병식 참석 소식과 관련해 "관계기관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계획을) 알고 있었고, 오늘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도 오늘 아침에 보고받았다"며 "정부는 이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이런 일들의 영향을 기본으로 받았다"며 "(한미회담에서 논의가) 잘된 부분들에 대해 이런 흐름에 대한 연장선에서 해석해볼 여지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 김정은도 만나달라"고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추진하겠다. 올해 만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정상 간 만남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강 실장은 다만 "아직 (북미 대화의) 공간이나 방식, 시기 등을 확정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라며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나. 대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향후 남북 간 채널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중러 밀착 움직임에 대해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라는 물음에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의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한) 남북 간 대화와 협력 채널은 늘 열려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