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현대통화이론

2025-05-2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감한 재정 확대 정책을 공약하면서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MMT)’이 회자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관광객이 호텔 예약금을 냈다가 취소하더라도 돈이 돌게 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현대통화이론에 가깝다”며 화폐 발행 남발로 하이퍼 인플레이션 등이 발생한 짐바브웨와 베네수엘라를 사례로 들어 비판했다.

MMT는 1990년대 미국 경제학자인 워런 모슬러가 처음 체계화했고 여러 비주류 학자들이 경제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요약하면 기축통화 국가는 완전 고용과 경기 부양을 위해 무한정 화폐를 발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세금 인상 등을 통해 초과 공급된 돈을 제거하면 된다고 본다. 또 재정 집행으로 민간 소득과 자산이 더 늘어나므로 정부 적자는 민간 흑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수만큼만 예산을 써야 한다는 ‘균형 재정’ 개념을 무시하는 이론이다. MMT는 ‘사이비’ 취급을 받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돈을 마구 풀어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주장에 솔깃해진 탓이다.

우리나라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MMT를 들어 재정 확대와 소득 주도 성장을 옹호하는 학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주요국의 유동성 뿌리기에 고물가·고금리 등의 부작용이 본격화하면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 후보는 최근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것은 무식한 소리”라고 했다. 지난번 대선 때는 “개인 부채는 못 갚으면 파산하지만 국가부채는 이월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가부채 비율이 더 늘어도 되니 국채를 찍어 개인 부채를 줄여주자는 취지다. 기본소득 등도 MMT 논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일본마저 재정 적자 우려에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발작 증세를 일으키고 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나라 곳간을 거덜내는 선심 공약 경쟁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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