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본격 취임하며 금융권 현안 파악에 나선 가운데, 오는 28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과 첫 상견례를 가진다. 첫 만남에서 이 원장은 교육세율 인상, 중대재해 기업 신용평가 강화, 석화기업 대출만기 연장, 가계부채 관리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오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20개 국내은행 행장들과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첫째주에는 보험업권과, 둘째주에는 금융투자업권과 각각 간담회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감독기관장과의 만남인 만큼, 어떤 대화가 오갈지도 관심사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및 '생산적금융'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최근 △교육세율 인상 △중대재해기업 신용 평가 강화 △석유화학 기업 대출만기 연장 등을 언급하는 등 은행권의 상생금융을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랫동안 모니터링 중인 가계부채 문제도 이번 간담회의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교육세율 인상의 경우 최근 금융권에서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비판도 있는 만큼, 이 원장이 어떤 멘트를 남길 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달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금융 및 보험업권에서 수익 금액 1조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0%로 상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금융·보험업권의 교육세 납부 대상이 60여곳으로 연간 1조 3000억원 수준의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권이 교육세율 상승분을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올해 총 5063억원의 교육세를 납부했다. 그런데 정부의 새 기준대로 산출하면 4758억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업계도 추가 부담액이 연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은 세율 인상분만큼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터라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들의 이자장사 논란도 도마 위에 오를 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에 따른 이른바 '이자놀이'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달라"며 "그래야 국민 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 발전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권은 올 상반기 14조 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18.4% 성장했다.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홀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이자놀이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이번 만남에서 은행권을 경고하는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논의할 주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 원장이 업계에 얼마나 강한 수위의 발언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취임 2주 만에 가진 은행장들과의 첫 만남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여의도 저승사자'의 진면목을 보인 바 있다.
변호사 출신인 이찬진 금감원장은 대통령의 각별한 '실세'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스스로를 '온건형·소통형 인간'임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의외로 과격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 "살아온 환경 자체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한 사람이 아니다" "의사결정이나 토론 과정을 거쳐 합의가 되면 그때 표현한다"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