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 중국 내 외자 규제 강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 스타트업들의 중국 진출은 주춤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도시 단위 혁신정책과 외국 스타트업 유치 전략이 다시 본격화되면서, 한국 스타트업에도 '중국 재진출'이라는 전략적 선택지가 열리고 있다. 특히 주목할 대상은 EIV와 협력해 설립한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중국사무소를 중심으로 한 혁신 생태계다. 이 조직은 단순 보육이나 네트워킹을 넘어 도시 정부, 산업단지, 글로벌 대기업, 연구기관, 벤처캐피털(VC)과 연계된 통합 플랫폼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인구 규모, 기술 흡수력, 산업 기반 모두 세계 최상위권이다. 특히 상하이·항저우·우시·난징을 포함한 양쯔강 삼각주 경제권은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 핵심 혁신 클러스터다.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실험적인 정책과 인센티브, 고급 인력, 자본, 공급망이 밀집돼 있어 '실증과 확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중국사무소는 이 같은 지역 기반 인프라와 협력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각 도시의 산업 수요와 직접 연계된 테스트베드와 사업화를 제공하는 구조를 운영 중이다.
중국 도시들은 자체 예산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정착시키는 데 적극적이다. 이른바 도시혁신프로그램(City Innovation Program)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사전 스크리닝-심층 인터뷰-로컬 수요기업 매칭-PoC 실행-투자유치로 이어지는 고도화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중국사무소는 이러한 구조의 중간 허브 역할을 수행하면서, 외국 스타트업에는 규제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확대하는 실질적인 진입로가 되고 있다. 예컨대 푸드테크, 합성생물학, AIoT, 저탄소 기술, 디지털헬스 등 주요 산업군에서 한국 기업이 보유한 핵심 역량을 현지 수요와 정교하게 연결시켜 주는 방식이다.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스타트업이라면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도시 단위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중국의 정책 집행은 대부분 도시, 더 나아가 구·현 단위에서 결정된다. 이들은 스타트업 유치에 따른 KPI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 사무공간, 법인 설립, 세제 혜택 등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둘째, 단순 진출이 아닌, 실증(PoC) 중심의 협업 방식이 유효하다. 중국 기업이나 지자체는 외국 스타트업 기술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모델을 선호하며, 협회는 이를 위해 실증 기반 로드쇼, 기술 평가, 후속 투자 연계까지 한 번에 지원한다. 셋째, 파트너십 기반의 공동개발이 효과적이다. 특히 식품, 바이오, 소재, 기후기술 분야에서는 중국 시장 특성상 규제와 인증 장벽이 높기 때문에, 중국 기업과의 CDP(Co-Development Project) 형태가 진입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명확하다. 중국은 여전히 외국기업에 대해 데이터 접근 제한, 예측 불가능한 규제 리스크, 정치적 변동성 등의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스타트업이 진출 적합성을 갖는 것은 아니며, B2G, B2B 위주의 기술기반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에 플랫폼 기반 B2C 모델은 중국 내 경쟁 과열 및 폐쇄적 플랫폼 구조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단순한 '수출 시장'이 아니라, 지역 단위의 실증과 산업 연계가 가능한 '전략적 파트너 시장'으로 접근해야 한다. EIV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중국사무소가 제공하는 플랫폼은 한국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현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다. 이제는 중국 진출 여부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어디에,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시점이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