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는 정치개입, 측근은 밀려나…시진핑 '질서있는 퇴진설' [view]

2025-07-07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중국을 철권 통치해온 시진핑(習近平·72) 국가주석의 1인 권력이 견제당하고 있다. 이미 실각설이 나오는 시 주석의 ‘질서 있는 퇴진’이 시작됐으며, 시 주석과 원로·군부 연합이 차기 지도부를 놓고 격한 충돌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공산당은 시 주석의 독단을 막기 위한 원로의 정치 개입을 공개적으로 제도화했다. 지난달 30일 관영 신화통신은 두 달 만에 정치국회의를 보도하며 “당 중앙의 ‘정책결정 의사협조기구’를 설립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신설된 의사협조기구는 중요한 업무를 톱 레벨에서 디자인하고, 총체적으로 협조·추진하며, 실행을 감독하거나 독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위상이 높은 기구라는 얘기다.

통신은 또 “해당 기구는 커다란 업무(大事)를 도모·논의·장악해야 한다”며 “대체할 수 없고, 건너뛸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국정을 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 짤막한 345자 보도의 파장은 컸다. 홍콩 오피니언 리더의 칼럼을 모아 싣는 ‘작견명가(灼見名家·Master Insight)’는 지난 2일 “(해당 기구는) 원로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공간을 마련한 것”이라며 “1982년 덩샤오핑이 만든 당 고문위원회와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 더욱 강력한 권력을 부여했다”고 해설했다. 베이징의 한 분석가는 “시진핑 계파 일색인 현 중앙정치국 7인제 상무위원회를 견제하는 장치”라며 “원로가 상무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고 참석해 발언할 수 있다고 명문화한 것”이라고 봤다.

영부인과 동향인 마싱루이 보직 대기

이같은 보도 직후 시 주석의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요직에서 밀려나고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영부인 펑리위안(彭麗媛·63) 여사와 고향이 같은 마싱루이(馬興瑞·66) 정치국원(권력서열 24위권) 겸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가 지난 1일 대기발령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마싱루이에 앞서 지난 4월 2일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직계인 리간제(李幹傑·61) 중앙조직부장이 스타이펑(石泰峰·69) 중앙통일전선부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과거 ‘킹메이커’로 평가받던 원로 쩡칭훙(曾慶紅·86) 전 국가부주석과 중앙당교에서 오래 호흡을 맞췄던 스타이펑이 인사권을 장악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스타이펑과 5년간 호흡을 맞춰온 천샤오장(陳小江·63) 통전부 상무부부장은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로 영전했다. 이처럼 두 사람이 시자쥔의 정치국원 자리를 넘보면서 시 주석 계파의 퇴출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대만 연합보는 “보직 대기 상태인 마싱루이가 통전부장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며“리간제는 추가로 강등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앙군사위 판공청 주임, 정치국 회의 불참

군 수뇌부의 변화도 또 다시 나왔다. 지난달 27일 전인대 상무위는 시 주석의 군내 측근인 먀오화(苗華)를 중앙군사위 위원직에서 파면하고, 심복인 리한쥔(李漢軍) 해군 참모장도 전인대 위원직에서 파면했다.

지난달 30일 정치국 집단학습을 보도한 중국중앙방송(CC-TV)은 참석자 78명의 얼굴을 모두 비췄다. 실종 4개월째인 허웨이둥(何衛東) 부주석을 제외하고 이례적으로 중앙군사위 위원이 전원 참석했다. 둥쥔(董軍) 국방부장과 추양(邱楊) 중앙군사위 판공청 부주임, 왕청난(王成男) 정치공작부 부주임도 배석했다. 이를 놓고 자살설이 도는 허훙쥔(何宏軍) 정치공작부 상무부주임뿐 아니라 팡융샹(方永祥) 판공청 주임의 낙마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군내 ‘시진핑 계파 솎아내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리커창 추모글, 후진타오·원자바오 소환

이어 3일에는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고 리커창(李克强, 1955~2023) 총리의 탄신 70주년을 추모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침묵하던 중국 내 여론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기사는 “(리 전 총리가) 진실을 말하고, 실용을 추구하는 업무 스타일을 선도했으며, 형식주의·관료주의를 반대했다”고 평가했다. 현 지도부가 불리한 통계를 숨기는 등 비실용적이라는 비난으로 읽히는 대목이었다.

신문은 “숨진 국가지도자의 생일을 주기적으로 기념하는 규정에 따른 기사”라는 주석을 달았지만, 독자들의 판단은 달랐다. 리 전 총리가 생전에 시 주석과 대립한 데다, 과거 후진타오·원자바오 집권 기간 자유로웠던 통치 스타일이 의도적으로 강조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달 베이다이허 회의서 타협 시도할 듯

지난 1년간 막후에서 펼쳐진 첨예한 권력 투쟁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다음 달 초 반(反)시진핑파와 시 주석 세력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하반기 20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4중전회) 의제와 일정, 시 주석의 향후 위상 등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시진핑 체제의 권력 이상설이 사실이라면 퇴진 근거를 건강상의 이유로 들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여러 징후를 종합할 때 시 주석에 대한 최종 처리는 지난 1981년 11기 6중전회를 통해 ‘마오의 업적을 7 대 3 공과(功過)론’으로 평가했던 덩샤오핑의 과거 청산 방식을 참고해, 정치적 혼란과 권력 투쟁적 성격을 최소화하는 ‘질서 있는 퇴진’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 나아간 평가는 미국에서 나온다. 지난 2일 미 시사지 내셔널인터레스트의 브랜던 바이처트 선임편집위원은 “중공이 리더십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생존에 실질적 위험이 닥쳤기 때문”이라고 올가을 정권 교체까지 예상했다. 그는 또 “중국의 엘리트는 시 주석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믿고 있으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스트래티지 리스크의 아이작 스톤 피쉬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에 “시진핑의 진짜 상태는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비슷한 러시아의) 크렘린 정치는 양탄자 아래 불도그의 싸움과 같아, 밖에서는 으르렁 소리만 들릴 뿐 뼈다귀가 밖으로 나와야 누가 이겼는지 알 수 있다”는 윈스턴 처칠의 과거 발언을 인용했다. 논쟁이 아닌 여러 대비에 나설 때라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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