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농업, 화석 연료, 어업 등 주요 산업에 지급되는 전세계 대규모 보조금이 지구 생물다양성과 기후,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립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UAB)에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보조금 시스템은 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는 빅토리아 레예스-가르시아 연구원이 주도해 학술지 암비오(Ambio)에 게재됐다.
ICTA-UAB는 농업, 화석 연료, 임업, 인프라, 어업 및 양식업, 광업 등 6개 주요 산업에 매년 1조7천억 달러에서 최대 3조2천억 달러 규모의 공공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보조금이 유발하는 간접적 환경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인 연간 10조5천억 달러에서 22조6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산업 활동이 생물다양성 감소, 온실가스 배출, 자연 서식지 훼손 등 광범위한 악영향을 낳고 있다"며, 이는 결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필수 생태계 서비스 손실로 인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조7천억 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경우, 같은 기간 GDP 감소 폭이 최대 12%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부문별 주요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석 연료: 2022년 기준 보조금 규모는 7조 달러에 달한다. 이를 철폐할 경우 전 세계 CO₂ 배출량을 43% 줄이고, 대기 질 개선을 통해 연간 최대 160만 명의 조기 사망을 막을 수 있다.
농업: 온실가스 배출, 토양 황폐화, 수질 오염 등 다양한 환경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임업: 2024년 기준 1,75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2023년 산림 전용 면적은 637만 헥타르에 달해 기후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인프라: 도로, 관개시설 등은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고 지속 불가능한 물 사용을 초래한다. 2015년 기준 보조금은 2조3천억 달러 규모다.
어업 및 양식업: 2023년 보조금은 550억 달러.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남획과 불법 어업 등 지속 불가능한 관행을 조장하고 있다.
광업: 최소 40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이 지급되나, 보고의 투명성이 낮고, 야금 채굴의 80%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레예스-가르시아 박사는 "현재 어떤 산업에 얼마나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어떤 활동이 지원받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며 "정부가 관련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진은 일부 국가에서 이미 긍정적인 전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질랜드는 어업 보조금을 폐지하고 지속 가능성 기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잠비아는 농업 보조금을 생물다양성 친화적인 방식으로 개편 중이다. 영국은 생태계 서비스 기반의 농업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ICTA-UAB는 "현행 경제 모델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방향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공공 자원을 생물다양성 보호와 세대 간 복지를 위한 수단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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