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 추첨 포트 배정 방식을 유럽 강호들에 유리하게 바꾸려 한다는 루머가 유튜브와 축구 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팀을 FIFA 랭킹과 무관하게 최하위 포트4에 자동 배정하던 기존 방식 대신, 랭킹에 맞춰 포트를 정하는 쪽으로 규정을 변경하려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조 추첨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팀들을 FIFA 랭킹 기준으로 포트1부터 포트4(최약)까지 나눠 각 조가 고루 섞이도록 배정하는 과정이다. 현재 포트2에 속하는 한국으로선 상대적으로 랭킹이 낮은 포트3 이하 약팀을 만나 대진운이 좋아지는 만큼, 포트 배정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루머에 따르면 새로운 방식은 플레이오프로 밀렸더라도 FIFA 랭킹에 맞춰 포트를 배정하는 것이다. 현재 랭킹 9위인 이탈리아가 플레이오프를 통과할 경우 포트4 대신 포트1에 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가 현실화하면 유럽 강호들은 혜택을 받는다. 이탈리아 같은 팀들이 포트4로 밀려 조별리그부터 다른 유럽 강팀과 맞붙어야 하는 불리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모론이 단순한 루머로 치부되지 않는 이유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실제로 비슷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월드컵 조 추첨은 유럽 팀 중 FIFA 랭킹 최하위 팀이 자동으로 다른 대륙 포트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2014년 유럽 최하위는 프랑스였고, 기존 방식대로라면 프랑스가 조별리그에서 다른 유럽 강호를 무조건 만나게 되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FIFA가 조 추첨 불과 일주일 전 갑자기 규정을 바꿨다. 랭킹 최하위 팀이 자동으로 가는 대신 추첨으로 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추첨 결과 이탈리아가 뽑혔고, 이탈리아는 잉글랜드와 같은 조에 편성되며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비운을 맞았다. 반면 프랑스는 유럽 포트에 그대로 남으면서 유리한 조 편성 덕을 봐 8강까지 올라갔다. 프랑스 출신 FIFA 고위 인사들이 자국에 유리하도록 조 추첨 직전 규정을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사건은 ‘포트 게이트’로 불리며 FIFA가 특정 국가에 유리하게 졸속 변경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겼다.
2026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로 대폭 늘어나면서 예선 일정이 길어졌다. 조 추첨 시점인 12월 초까지 미정인 자리가 6개인데, 이 중 4개 자리가 유럽 팀 몫이다. 문제는 기존 방식대로라면 이탈리아 같은 유럽 강호들이 대거 포트4로 밀린다는 점이다. 포트1에 주로 포진한 유럽 강호들 입장에선 수월한 대진표의 가능성이 사라질 수 있다. 유럽 매체와 SNS 등에서는 “유럽 강팀이 포트4로 배치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만약 FIFA 랭킹에 따른 포트 배정 루머가 현실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팀 중 하나가 한국이다. FIFA 랭킹 22위인 한국은 현재 포트2를 구성하는 12개 팀 중 11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탈리아 같은 유럽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아 포트4 대신 포트1로 올라간다면, 그 순위만큼 한국은 아래로 밀려 포트3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바로 아래 있는 에콰도르, 오스트리아와의 랭킹 점수 차이가 4~7점에 불과해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쉽게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루머의 현실화 여부와 관계없이 평가전에서도 승리해 랭킹 점수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포트2와 포트3의 차이는 대표팀이 목표로 삼는 16강 이상 진출 가능성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