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산타 모자?” 인도 갠지스강서 일본인 관광객 수난

2025-12-31

인도 북부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에서 성탄절을 맞아 갠지스강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현지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31일 타임스오브인디아(TOI)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건은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라나시시 갠지스강 일대에서 발생했다. 이 영상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27일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돼 빠르게 퍼졌다.

영상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갠지스강에 들어가기 위해 수영복을 입고 산타클로스 모자를 착용하는 등 준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일부 현지인들은 관광객들이 성지에서 물놀이를 하려 한다는 점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일본인들이 강에 소변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주장에 대한 근거는 현재까지 제시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일본인 관광객들은 놀란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연신 사과했지만, 현지인들은 큰 목소리로 꾸짖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주변에는 점차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결국 관광객들은 강변 계단에 앉아 사과를 이어가야 했으며, 일부 현지인은 옆에서 고함을 질렀다.

현지 경찰은 사건 직후 공식 고발장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동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된 뒤에야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온라인에서는 ‘손님을 신(神)처럼 모신다’는 인도의 전통과 배치되는 일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도의 국제적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바라나시 주민들 역시 우호적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명확한 증거 없이 강에 소변을 봤다고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우타르프라데시주 지부도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지부 관계자는 사건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역구인 바라나시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가해자들을 엄벌할 것을 주정부에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종교적 소수자인 무슬림과 가톨릭 교도에 이어 외국인까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산타클로스 모자 착용과 같은 사소한 행위를 이유로 외국인을 괴롭힌 이번 사태가 주(州) 내 무법적 상황과 군중문화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힌두교도가 전체 인구의 약 80%를 차지하는 인도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한 이후 무슬림 등 종교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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