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뒤편의 삭제된 존재들 복원

2025-12-30

유령 연구

그레이스 M. 조 지음·성원 옮김·동녘·2만5000원

저자의 아버지는 미국 상선 선원(Merchant Marines)으로 1960년대 한국에 머물렀고, 한 여성을 기지촌에서 만나 그를 낳았다. 아버지의 고향에서 저자와 그의 어머니는 이질적인 존재였고, 어머니는 한국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저자가 성인이 되고 몇 년이 지나서야 어머니가 ‘양공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는 그에게 “누가 너한테 그 뜻을 알려주던?”이라고 물었다.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로서 그는 한인 디아스포라 내 존재하는 ‘양공주’의 흔적을 쫓으며,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디아스포라에 관한 연구에 매달렸다.

한·미관계와 한국계 미국인에 관한 공식 담론에서 ‘양공주’는 없는 존재였다. 전직 기지촌 여성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숨기거나 속였다. 미군과 미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이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정신질환으로 온전한 서사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도 많았다. 그들은 ‘유령’ 같은 존재다. 승인받지 못한 존재, 얼핏 봤을 땐 부재하지만 숨 막히는 존재감을 가지고 현실에 작용하는 존재. 이 책의 원제는 ‘한인 디아스포라를 배회하는 유령’이다.

저자는 한국전쟁 생존자, 미군과 결혼한 한인 여성의 구술사, 기지촌 여성·생존 위안부와의 인터뷰, 디아스포라 한인들이 양공주를 다룬 문학과 영상, 공연, 전시 등에 저자 자신의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중첩하고, 실재와 허구를 얼기설기 엮는 방식으로 이 ‘유령’을 재현했다. 그는 “이 작업이 우리 주변에 있는 배회의 흔적들을 찾아내기를 희망한다. 트라우마의 자국이 새겨진 배회의 장소들에 형체를 부여하는 것은 트라우마의 생산적 가능성에 물꼬를 틔운다”고 말한다.

누구 옆에 설 것인가

이상길 지음·한국농어민신문·1만8000원

농정(農政) 전문기자인 저자가 지난 10년간 농업 현실과 농정 개혁의 방향을 짚어온 칼럼 가운데, 지금도 유효한 글을 모았다. 그는 “중요한 것은 ‘누구 옆에 설 것인가’다. 진정 농민을 돕는다는 것은 농민과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일터 괴롭힘, 부서진 자리

유상철 지음·나름북스·1만8000원

노동자 자살 사건은 ‘개인의 정신적 문제’가 원인이 아니다. 노무사인 저자는 직장 내 괴롭힘, 과도한 업무 부담, 성희롱, 폭언 등 일터에서의 구조적 폭력이 어떻게 노동자의 일상과 판단력을 무너뜨리고 끝내 생의 끈을 놓게 만드는지를 분석했다.

인간은 동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매트 모건 지음·서정아 옮김·지식서가·2만2000원

동물학은 의학 발전에 기여했다. 캥거루가 가진 3개의 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체외수정 성공률이 높아졌고, 기린 연구는 천식 치료에 도움을 주었다. 저자는 ‘동물과의 공존’을 강조하며 “어쩌면 개구리와의 입맞춤이 당신의 생명을 구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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