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K조선 ‘아픈 손가락’ 성동조선

2025-11-16

HSG성동조선이 8년 만에 다시 배를 짓는다. 조선 3사에 블록만 납품해온 성동조선이 선박을 온전히 건조하는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 맡은 물량은 삼성중공업이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수에즈맥스급 유조선 2척이다. 이 배들은 1년여간 설계, 자재 발주, 공정 시뮬레이션을 마친 뒤 내년 12월 본격 건조에 들어간다. 업계는 추가 발주된 유조선 2척도 성동조선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성동조선은 K조선의 ‘아픈 손가락’이다. 2003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호황을 타고 2007년 수주 잔량 세계 8위까지 올랐다. 통영의 120만 ㎡(약 36만 평) 육상 야드에서 벌크선·유조선을 건조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울산·거제에 이어 통영 등에도 중형 조선소가 줄줄이 생기던 2000년대 중반에는 “통영에서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문다”는 말까지 돌았다. 2000~2005년 설립된 신생 조선소만 11곳이다. 사천의 SPP조선은 선체는 사천에서, 조타실은 사천대교를 통과해 통영에서 조립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호황은 순식간에 수주 절벽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추격과 과잉 설비 경고에도 단기 이익만 좇은 무분별한 진출은 줄도산을 불렀다. 장기 불황의 그늘은 지금도 남아 기술 인력은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조선 3사가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내며 다시 호황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도 긍정적이다. 태광그룹의 케이조선 인수 참여 등 신규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건조 실적에서 한국을 추월했고 일본도 조선업 부활을 서두르고 있다. 수주 잔량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시대다. 친환경선·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시장 주도권을 지키면서 벌크선·탱커·컨테이너선 등 범용선의 고부가가치화 전략도 필요하다. 그래야 대형 조선소의 물량이 중소형 조선소로 흘러갈 수 있다. 성동조선의 부활이 한국 조선업 재도약의 발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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