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타리 하지메 인터뷰: 나나와의 7시간

2025-08-09

사와타리 하지메에게 사진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사명이었다. 전쟁 속에서 태어나 흩어진 가족 사이에서 길어올린 마음의 공허는 결국 그의 카메라로 수렴됐다. 그렇게 그는 70년 가까이 무수한 찰나들을 붙잡았고, 이제 2025년 그는 ‘나나’와 함께 라는 새로운 한 장면을 남겼다.

일본 사진 계의 거장과 현재 가장 주목받는 한국 배우의 만남이었기에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7시간이었다. 만남을 약속했던 도쿄의 어느 호텔에 도착한 나나는 짐을 풀 틈도 없이 카메라 앞에 섰고 사와타리 하지메는 로비 문이 열리는 그 순간부터 셔터를 눌렀다. 메이크업을 하며 거울을 보는 시선부터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걷는 몸짓까지. 나나의 일상은 대본 없는 연기처럼 카메라에 새겨졌다. 사진 속 나나는 영화처럼 흘렀고, 장면은 무심하게 선명했다.

이번 사진전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직접 와서 봐라.” 사진은 설명보다 시선으로 먼저 느끼는 매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나나와 촬영한 그날도 어떠한 대사 없이 셔터 소리만 공간을 가득 채웠던 것처럼, 사와타리 하지메의 사진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보는 이로 하여금 가만히 바라보게 만들 뿐이다.

만판프레스에서 1인 출판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자 이번 사진집을 출판한 에디터다. 알다시피 나는 지금 나이가 있어서 일본에서 유명한 연예인들도 잘 모른다(웃음). 그러니 한국은 더욱 더 알기 어렵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나나에 대해 잘 몰랐지만, 미호리는 우리가 잘 어울릴 거라 확신했고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와서 보면 알 수 있다. 사진은 문자나 말보다 빠르게 감정을 전달하는 매체니 직접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나나를 촬영하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간, 단 7시간이었다. 첫 날에는 2시간, 다음 날에는 5시간. 그래서 나나가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로비 문을 여는 순간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메이크업을 할 때도, 복도를 거닐 때도 매 순간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시간에 쫓기며 촬영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한다.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좋은 타이밍이 온다면 당연히.

나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남겼다. 훌륭한 여배우다보니 호텔 방 안을 움직이는 작은 제스처 하나하나에도 배우로서의 감각이 느껴졌달까? 나나가 또 촬영하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또 함께하고 싶다.

나나 외에 눈여겨본 한국 모델이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아직은 없다. 왜냐하면 잘 모른다.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 모든 게 새롭고 낯설다. 나나도 아무런 정보 없이 만났지만 결과는 강렬했으니까. 역시도 트리라이크스워터와 미호리, 그리고 나 셋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나나도 아무런 정보 없이 만났지만 결과는 강렬했으니까, 결국 중요한 건 ‘만남’이겠지.

모델의 의향. 사진은 내가 찍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상대가 찍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인물을 찍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군가?

누구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단연 나나. 한국인과의 작업은 처음이었으니까 새로웠다. 특히 타투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진이라는 건 그 사람의 매력적인 순간을 담아내는 게 중요한 작업인데 나나는 본인이 지닌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였지만 깊은 인상이 남는다.

사와타리 하지메에게 ‘사람을 찍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

태어날 때부터 내가 해야 할 일. 다른 일에는 재능도 없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전쟁이 있던 시대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지도 못했고, 오히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감정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마구 셔터를 눌렀던 것 같다. 지나가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붙잡고 싶었다.

지금은 필름을 고수하진 않는다. 필름은 비싸다(웃음). 인화지를 구하기도 어렵고. 요즘에는 디지털 카메라도 충분히 좋다. 다만, 필름이라는 매체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디지털은 빠르고 편리하다. 특히 어두운 환경에서도 제약 없이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한다.

필름은 인화된 종이로 남지만, 디지털은 데이터가 사라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없다. 지금은 조언이 무의미한 시대다. 각자의 길이 있을 뿐이다. 나도 나이가 있어서 앞으로 1년이나 2년 더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최대한 표현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무인도에 한 대의 카메라만 가져갈 수 있다면?

후지 X-Pro2. 10년 넘게 쓰고 있는 녀석이자 나나를 찍었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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