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의 대표적 온도계 중 하나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기업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수치다. 1배 미만이면 보유 자산보다 주가가 싸다(저평가)는 뜻이고, 2배면 자산보다 두 배 비싸다는 의미다.
미국 빅테크의 성장성은 남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PBR은 10배를 넘고 아마존은 8배 안팎이다. 회계장부상의 자산 위에 시장의 기대·신뢰가 10겹, 8겹 덧씌워진 결과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오랫동안 1배 밑에 머물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도 생겼다. 그나마 현 정부 출범 후에야 겨우 1배를 넘어섰다.
그런데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코스피 PBR은 10 정도”라고 답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에 업계가 술렁였다. 경제수장이 모든 지표를 꿰고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다.
세법 개정안, 재정 논란, 부동산 대책이 엇갈리며 증시는 다시 흔들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코스피 5000’은커녕 “다시 2000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마저 번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숫자보다 방향을 본다.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불확실한 메시지를 낼수록, 코스피의 온도계는 식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