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이든 닭이든 하나는 부산으로? 산은, HMM 둘러싼 대선정국 셈법

2025-05-19

[비즈한국] 대선을 보름 앞두고 부산 민심을 공략하려는 후보들의 정책 경쟁에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바로 산업은행과 HMM이다. 대선 후보들이 너나없이 부산을 경제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 이들 기업을 거론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정부가 최대주주인) HMM을 옮기겠다”고 제안했고,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공약이던) 산업은행 이전을 기존 방향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작 산업은행(산은)은 내부적으로 HMM의 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임기가 한 달여 남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HMM의 주가가 강세 흐름 속에 어떻게든 지분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HMM 부산 이전을 추진하려면 정부 지분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당선 시 산업은행의 HMM 매각 방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HMM​ 52주 신고가 경신, 지분 매각 필요성 커져

HMM 주가는 지난 15일 장중 2만 3700원까지 상승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가 강세의 배경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다. HMM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6139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휴전 합의가 진행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대미 물동량이 많은 HMM에게 호재로 반영됐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위축됐던 물동량이 대거 풀리면 해상 운임이 상승해 HMM 영업이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HMM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발언이 주가 상승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대주주 산은은 그만큼 매각이 절실해졌다. HMM 주가가 오르면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13.9%대인 산은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HMM 주가가 2만 5000원 정도가 되면 금융당국 권고치인 13% 정도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 기자간담회 때 “HMM 주가가 1000원 오르면 BIS 비율이 9bp(1bp=0.01%)가량 떨어진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HMM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부 지분 활용해 이전?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거꾸로 산은이 가지고 있는 HMM 지분 등을 명분 삼아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HMM 지분은 산업은행이 36.0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67%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수출입은행 지분까지 합하면 정부 지분이 75%가 넘는다.

사실 HMM 본사 이전은 그동안 공약으로 꾸준히 등장했다. 현대상선 시절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2021년에는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산업은행 지분을 일부 처분하더라도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의 지분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최대주주를 유지한다. 그러나 정부 지분이 낮아지는 만큼 ‘민간 기업 경영 개입’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HMM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본사 이전은 회사 차원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대선 후보의 공약에 따라 이전한다면 이사회 등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대선 후보들이) 산은 대신 HMM을 내밀어 부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부산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HMM의 사내유보금 등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대선 후보가 민간회사의 자금을 지방 이전에 쓰겠다고 제안하는 셈이라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임기가 한 달여 남은 강석훈 회장은 팔겠다고 결정 내리고 추진 중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진짜로 HMM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 HMM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쪽에서는 정치가 개입하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보지 않겠냐”며 “산은이 지분을 팔겠다고 결정한 데에 HMM 부산 이전이 득이 되지 않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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