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불수능

2025-11-16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올 입시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지난해보다 국어가 어렵게 출제됐다는 점이다. 작년보다 두 문제 정도를 더 틀려도 1등급(상위 4%)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대형 입시학원들은 올해 국어(언어와 매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대 중후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엔 139점이었고,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재작년엔 150점이었다. ‘불수능’과 ‘물수능’의 기준은 통상 140점이다. 국어는 1교시 과목이다. 국어가 어려우면 수능 전체에 대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확 올라간다. 1교시를 잘 치렀다고 생각하면 다음 시험에도 자신감이 생기지만, 망쳤다고 생각하면 불안감이 커진다. 올해도 1교시 뒤 ‘멘붕’에 빠졌다는 수험생이 적지 않았다.

‘국어 불수능’ 때마다 나오는 게 1교시를 한국사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다. 한국사는 절대평가이고 문제도 상대적으로 쉽다. 국어보다 수험생들의 부담과 압박감이 덜하다. 다음 시간 시험에 미치는 악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엔 1교시에 국어와 국사를 동시에 본 적도 있다. 문제는 수능 시험 시간표를 전면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사를 본 뒤 국어와 수학을 지금처럼 모두 오전에 치르려면 점심시간을 30~40분 정도 늦춰야 한다. 한국사와 국어를 본 뒤 점심을 먹고, 수학 시험을 오후에 치르는 방법도 있지만, 수학은 머리가 맑은 오전 시간에 치러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고 한다.

수능의 난도는 적절해야 한다. 너무 어려우면 학생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킬러문항’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너무 쉬워도 안 된다. 고득점자가 많아져 변별력이 떨어지면 말 그대로 입시에 대혼란이 발생한다. 작은 실수 하나로 등급이 크게 하락하는 억울한 상황도 생긴다. 국어는 물론이고 수학, 영어, 사탐·과탐의 모든 선택과목이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출제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적정 난도는 ‘신의 영역’이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면서 과목별로 전국의 수험생을 9등급으로 정확하게 나누는 시험은 애초 불가능하다. 한날한시에 같은 시험지로 50만명이 넘는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수능이 존재하는 한 불수능·물수능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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