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돌이·유선청소기 다시 뜬다…'기본기 가전' 컴백홈 왜

2025-11-19

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김모(56)씨는 다음 달 이사를 앞두고 가전 매장을 돌며 전자동식(이하 통돌이)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5년간 드럼세탁기를 사용했지만, 용량이 넉넉하지 않고 중간에 세탁물을 추가하지 못해 불편함을 느꼈다. 김씨는 “이불 빨래를 자주 하는데 통돌이가 더 편했던 것 같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다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한 가전 시장에서 ‘기본기’와 ‘실용성’을 앞세운 제품이 다시 뜨고 있다. 다양한 기능 보다는 딱 필요한 기능만 갖춘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다. 통돌이 세탁기, 유선 청소기, 뚜껑형 김치냉장고 등이 대표적이다.

19일 생활가전업체 쿠쿠는 처음으로 통돌이 세탁기(12kg)를 출시하며 생활가전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동안 밥솥·정수기 중심 제품군에 집중했던 회사가 세탁기 시장에 처음 진입한 건데 드럼이 아닌 통돌이를 택한 점이 눈에 띈다. 쿠쿠 관계자는 “소비자와 유통 채널의 니즈를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드럼보다는 고장 위험이 적고 강력한 세척력을 갖춘 통돌이를 원하고 있어 해당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통돌이 세탁기도 인기다. 올해 1월 LG전자는 ‘통돌이 컴포트 세탁기(25kg)’ 신제품을 내놨는데 1~5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같은 용량의 통돌이 제품과 비교해 70% 증가했다. 판매 호조세가 이어지자 LG전자는 21·23㎏ 용량 제품을 추가했다.

시장은 국내 세탁기 점유율을 드럼 70%, 통돌이 30%로 추정한다. 통돌이는 드럼보다 가격이 저렴한 점과 유지·보수 편의성이 높은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드럼의 경우 고무 패킹 부분에 곰팡이나 세제 잔여물이 남아 추가 관리가 필요하지만, 통돌이는 구조가 단순하고 고장 시 부품 수리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경험담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30%라는 점유율이 꾸준히 유지되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니즈”라고 말했다. 다만 ‘통돌이가 드럼보다 세척력이 낫다’라는 주장에 대해선 “실제 내부 실험을 해본 결과 통돌이의 세척력은 드럼의 약 9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선 청소기도 예상 밖의 호응을 얻고 있다.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는 지난 9월, 2020년 이후 5년 만에 유선 청소기 신제품 ‘가드(Guard)’ 시리즈를 출시했다. 국내 청소기 시장에선 유선 청소기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쳐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출시 후 판매량이 빠르게 늘며 추가 발주를 준비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제품이 주목받는 건 ‘청소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무선 청소기 시장에선 추가 구매를 해야 하는 먼지봉투 대신 먼지 통이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가드 시리즈는 먼지봉투 방식을 유지했다. 머리카락 등이 봉투 안에 쏙 들어가 있어 주변 모터로 유입돼 고장을 유발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또 배터리 사용 시간을 신경 써야 하는 무선과 달리 강한 흡입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호응이 높다는 평가다.

김치냉장고 시장에선 뚜껑형이 안정적인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 냉장고와 같이 스탠드형이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소비자 10명 중 2~3명은 뚜껑형을 선택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장년층의 경우 높은 위치의 선반에서 꺼내야 하는 스탠드형보다 아래에서 들어 올리는 뚜껑형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문을 여닫는 구조상 뚜껑형이 냉기가 빠져나가는 양이 적어 온도 변화가 적고, 김치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는 인식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기능은 나쁘지 않은데 가격은 저렴하고, 좀 더 친숙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불황일 수록 소비자들은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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