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에 머리를 댄 채 힘주고 있는 소, 그 아래서 소년이 놀고 있다. 옆에 지게를 내려놓고 쉬는 중이다.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 교감, 희망찬 생명력…. 1954년 이중섭(1916~56)이 재기를 꿈꾸며 그린 ‘소와 아동’이다. 1955년 미도파 화랑 개인전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때 구매자가 70년 동안 간직하다가 케이옥션 경매에 내놓았다. 시작가 25억원.
이중섭은 미도파 화랑 전시 이듬해 무연고자로 세상을 떴다. ‘소와 아동’은 국민화가 신드롬을 일으킨 1972년 현대화랑 유작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연 대규모 회고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 등 주요 전시에서 관객과 만났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의 소 두 점을 비롯해 이중섭의 소 그림은 10점가량 남아 있다. 기관 소장품이 많아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2018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47억원에 낙찰된 ‘소’가 경매된 이중섭 작품 중 최고가다. ‘소와 아동’이 이 기록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경매에는 이외에 박수근의 ‘산’(1959)이 시작가 13억원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김창열의 시기별 물방울 5점(추정가 각 3000만~18억원) 등이 출품됐다. 경매작의 사전 공개는 13~24일, 경매는 24일 오후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