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적 유턴인가, 전략적 변침인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걸 놓고 당 안팎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9월 두 차례 장외 투쟁에 이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등 강성 지지층을 향했던 장 대표의 시선이 돌연 호남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이달 들어 적극적으로 호남에 구애하고 있다. 5·18 민주묘지 참배 계획이 알려진 지난 3일 장 대표는 한술 더 떠 “매월 한 차례씩 호남을 방문하려고 한다”고 약속했다. 실제 장 대표는 12월 중에 호남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당에 지시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제1야당 대표가 매달 지역 방문을 약속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당 차원에서 호남을 챙기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그간 장 대표의 행보는 호남 민심과 괴리감이 컸다. 호남에 기반을 둔 한 인사는 “호남은 과거부터 계엄의 트라우마가 짙게 깔려 있다”며 “그래서 반탄(탄핵 반대) 세력을 등에 업고 당선된 장 대표를 호남이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달 17일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자 호남 민심이 들끓기도 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호남 지지율은 9월(5%)과 10월(8%) 모두 한 자리수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도 강성 일변도였던 장 대표가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지지층과 약속했던 윤 전 대통령 면회 등 숙제를 끝낸 이후 장 대표 행보가 자유롭게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6일 광주 방문 또한 장 대표가 취임 이후 호남을 찾지 않은 것을 짚으며 직접 결정했다고 한다. 호남 지역의 사회적 참사인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서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참사 진실 규명을 여권에 요구해 국정조사를 관철시켰고, 같은달 30일엔 국회에서 유가족을 만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위로했다.

호남 인사의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0일 전북 익산 출신 조배숙 의원이 국민의힘 전국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에서 “민주당의 동진(東進·영남권 공략) 정책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우리 당 서진(西進·호남권 공략) 정책은 이게 뭐냐”고 정곡을 찌르자 장 대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장 대표는 이후 “영·호남 통합을 위해 힘써달라”며 조 의원을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했다. 조 의원은 통화에서 “장 대표가 ‘호남 홀대론’에 대한 비판에 상당히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장 대표의 중도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장 대표 측 인사는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이나 수도권 등으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최근 호남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과의 독대에서도 “수도권과 중도 민심을 잡으려면 호남의 민심부터 얻어야 한다”는 제안에 공감했다고 한다.

그동안 장 대표에게 적대적이던 비주류도 호남을 챙기는 모습엔 긍정 평가하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제1야당 대표가 국민 통합 차원에서 호남을 찾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잘한 일”이라고 했다. 중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실정 등 실책을 범하는 적절한 시기에 외연확장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동안 국민의힘이 서진 정책을 펴다 중단한 일이 반복됐던 만큼 장 대표의 행보가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 시선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말하거나, 탄핵 반대에 대한 입장을 뒤집은 적이 없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6일 광주 현지에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발표할 방침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호남 지역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고,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전향적 메시지를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