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AI 공식, 한국의 선택지

2025-12-18

오픈AI의 공동 창립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최근 “스케일링의 시대는 끝났고, 다시 연구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늘리면 인공지능(AI) 성능이 개선된다는, 지난 5년간 실리콘밸리를 지배해온 정설에 대한 내부자의 파기 선언이다. 그는 ‘AI 이후의 AI’를 향한 ‘신(新) 연구 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이다.

스케일링의 한계는 ‘재기드니스(jaggedness)’에서 드러난다. 고난도 추론은 수행하면서도 기초 개념에서는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성능 불균형이다. 이는 정확성과 재현성이 필수인 산업 현장에서 AI 활용을 제약하는 구조적 결함이다.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성능이 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AI는 여전히 기본 개념을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해석하는 데 취약하다. 이 불균형은 AI가 기초 개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보다, 통계적 확률에 의존해 답을 생성하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데이터의 총량이 아무리 커도 세상을 이해하는 정합적 지식 구조는 자동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GPT 계열 모델에서는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답이 진실을 가리는 경우가 반복된다.

기술의 진화 경로도 바뀌고 있다. 피지컬 AI와 월드모델,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 인간을 넘어서는 초지능(ASI)의 연구개발이 병렬로 전개되고 있다. 수츠케버가 말한 ‘새 연구 시대’는 이 가운데 ASI에 무게를 둔다. 인간 데이터를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고품질 지식을 생산하는 AI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후발 주자인 한국은 이제야 GPU와 인프라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스케일링의 종말’은 선두 주자 미국의 이야기다. 우리는 좋든 싫든 기초 스케일링 역량을 쌓아야 한다. 문제는 스케일링 추격과 동시에 월드 모델·AGI·ASI 같은 미래 축까지 병렬 대응하기에는 민관 역량이 절대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지금 외치는 소버린 AI, 즉 자국 언어·문화·데이터 기반의 독자적 AI가 시대에 뒤떨어진 스케일링의 답습이라면 주권이 아니라 고립이다. K-AI 챗봇이나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도 좁은 범위의 활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산업화 시대처럼 압축성장으로 격차를 메울 수 있을까? 뱁새가 황새를 따라잡겠다고 모든 축을 무리하게 붙잡을 수도 없다.

스케일링의 종말로 한국은 전략과 선택의 딜레마에 내몰리게 되었다. 수츠케버의 경고는 해답이 아니라 딜레마를 직시하라는 요청이다. 스케일링·월드모델·AGI·ASI 중 무엇을 우선하고 어떤 순서와 속도로 나아갈 것인지. 새 정부 2년 차는 바로 이 선택을 설계해야 하는 지점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