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엄마에게 체중과 관련된 막말을 들어왔다는 딸의 사연이 소개됐다.
지난 21일 방송된 MBN ‘오은영 스테이’에서는 ‘자기를 못살게 하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3기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날 참가자 중 한 명인 ‘분노하는 딸’은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못 든 엄마에게 “앞에 길 있잖아. 네비게이션 보라고”라며 화를 냈다. 그런가 하면, 엄마의 실수에 그냥 넘어가지 않고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비꼰다’고 받아들이기도 했다.
엄마가 “내가 비꼬았냐”고 되묻자 “엄마가 나에게 ‘많이 참는다’고 비꼬았다”며 “거기(오은영 스테이) 가서 가식 떨기만 해. 다른 사람한테 사람 좋은 척하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딸의 분노는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딸은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살과 관련된 잔소리를 되게 많이 들었다”며 “어릴 때부터 통통했다. 10살부터 20년 동안 살과 관련된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TV에 살찐 연예인이 많이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가 저한테 ‘너 저기 있다’라고 했다”라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딸은 “엄마가 길에서도 절 보면 ‘얼굴에 기미가 덕지덕지 붙었네’라고 했다”며 “엄마는 ‘내가 맞는 말 했는데 뭐 어때?’”라고 그런 말들이 잘못인지 인지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엄마는 딸에게 “‘너는 우리 집의 헐크다. 양아치다’라고 한다”고 말해 장내에 충격을 안겼다.

딸은 “엄마는 워딩이 세다. 카톡할 때도 ‘아 드러워’라고 한다”며 “엄마가 매번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나 몰라라 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20년간 받은 상처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인 딸은, 10살 때 자신의 사진을 보며 “이때의 이 애가 너무 불쌍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오랜 시간 참아왔던 딸이 원하는 것은 “엄마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반면, 엄마는 “서운해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저렇게까지 힘든가 싶었다. 찬미(딸)는 인공수정해서 안 된 후에 어렵게 생긴 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얘가 잘 먹이다 보니 통통해지더라. 그런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애가 너무 살찐 거 아니냐’라고 하더라. 그런데 초등학교 돼서도 살이 계속 찌더라. 저 딴에는 쇼크를 줘서라도 다이어트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엄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세포가 자라다 보니 싸우면서라도 다이어트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하며 엄마 딴에는 심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를 들은 오은영은 엄마에게 “왜 딸에게 ‘헐크’라든가 ‘양아치’라든가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엄마는 “코미디언을 보고 ‘저분은 참 예쁘게 살이 쪘다’라고 얘기한 건데 쟤는 그걸 비꼬아서 들은 거다”라며 “‘너 예쁜데 살을 빼면 더 예뻐’라고 말한 걸 그렇게 들은 거다”라고 말했고, “상처 주지 않는 말로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엄마를 바라보던 딸은 서러운 표정으로 계속 눈물을 흘렸지만, 엄마는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오은영 박사는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내뱉어 참가자들 사이에 술렁임이 일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20년간 가스라이팅 당했으면 인제 그만 나오세요”, “원수와 왜 같은 집에서 살고 있나요”, “저런 사람은 안 변해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몰라요. 나이 30살이면 그냥 독립해서 따로 사는 게 해결책이에요” 등 딸의 마음에 공감하고 속상해하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정문 온라인 뉴스 기자 moon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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