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는 중독이다. 망하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한다.”
기타리스트 이선정은 중학교 때 잡은 기타를 35년 가량이 지나도록(나이는 밝히지 않았다) 연주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22일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다.
그는 “비틀스에 푹 빠졌다가 에릭 클랩튼을 만나면서 블루스 장르를 파고 들었다”며 음악 인생을 요약했다. 2009년엔 블루스 록 기반의 이선정밴드를 결성해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나섰다. 지난 5월엔 기타리스트의 상실과 사랑을 그린 영화 ‘기타맨’으로 영화 감독 겸 배우로도 데뷔했다.
11월 2일엔 국내 최초로 기타리스트 6인이 모인 콘서트 ‘2025 더 뮤지션’을 개최한다. 유명 가수들의 세션과 공연으로 활동하던 기타리스트들(이근형, 이성렬, 타미킴, 이선정, 찰리정, 샘리)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는 의미있는 공연이다. 기타맨 여섯이 일렬로 줄을 선 웅장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추후엔 공연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나온다.
이선정은 밴드 결성, 음악 영화 제작 및 콘서트 개최까지 “처음부터 적자를 각오하고 뛰어들었다”며 “모든 것이 기타와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벌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약회사 성원제약 대표로도 재직 중인 그는 “먹고 살기 위해 10년 정도 사업에 집중하기도 했으나, 음악을 놓을 순 없었다. 사업가로서의 성취감과 별개로 기타를 치며 느끼는 짜릿함이 있다”며 기타리스트를 최우선 직업으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5 더 뮤지션’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는.
“밴드 음악, 기타 음악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이런 음악을 접할 기회조차 없다. 그래서 ‘이런 뮤지션들의 흔적을 남기자’는 생각으로 국내 대표 기타리스트들을 찾아가 함께 하자고 설득했다.”
함께하는 기타리스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1세대 기타리스트 이근형, 임영웅 세션으로 활동한 명연주자 이성렬, 한국예술원 겸임교수이자 재즈 기타리스트 타미킴, 국내 블루스 기타의 상징 찰리정, 이승철·김건모·신승훈·윤도현·이효리·박효신 등 수많은 가수의 앨범에 참여한 샘리와 함께 한다. 세션 활동 만으로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지방의 작은 클럽에서 돈을 받지 않고 공연을 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다.”
음악적 방향성이 달라 보인다.
“록, 퓨전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공연이 되리라 자신한다. 단순히 ‘기타를 잘 친다’가 아니라 각 기타리스트의 인생이 보이는 무대가 될 것이다.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에 영어 가사를 붙인 신곡들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가 영화와도 연결된 예술 실험이기 때문에 글로벌을 겨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와 음악을 함께 하는 이유는.
“영화는 음악을 세상에 들려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내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절실한 기회라 생각하고 내 돈을 투입해 작업하는 거다. 기타만 쳤던 분들이라 카메라 앞에서 다소 낯설어 하는 건 있다. 그래도 모이면 서로 가져온 기타 이야기, 요즘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에 수다로 밤을 샌다.”
AI(인공지능) 시대가 오면서 반주도 컴퓨터가 치는 세상이 왔다.
“사람의 손끝에서 나오는 음악은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라이브 음악이 다시 빛날 때라고 생각한다.”
차기작도 곧 개봉한다고.
“지난 5월 영화 ‘기타맨’에 이은 또 다른 음악 영화다. 고 김수미 선생님이 출연한 ‘홍어의 역습’인데, 홍어를 닮은 외계인에 맞서 기타로 싸우는 판타지 장르다. 공교롭게도 고 김새론에 이어 유작을 11월 중 개봉하게 됐다. 연달아 이런 일을 겪으니, 트라우마가 남아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기타의 매력은 뭔가.
“한 번 쳐봐라. 기타가 주는 화려함, 마초적 강렬함에 이끌릴 거다. 기타를 처음 잡으면 액션 영화와 같은 매력의 헤비메탈 장르에 꽂히게 되는데, 점차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면서 기타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