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유업계가 SAF(지속가능항공유)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SAF 전환 속도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면서 해외 주요국으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SAF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관련 생산 설비와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체별로 SAF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 3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홍콩 국적항공사에 2만톤(t) 이상 SAF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1월 유럽에 SAF를 수출한 지 2개월 만에 성과다. 에쓰오일은 작년 바이오 원료를 정유 공정에 투입한 바 있으며 특히 ISCC CORSIA 인증을 획득해 SAF를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SAF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2023년 9월부터 핀란드 네스테의 SAF를 공급받아 대한항공과 함께 사업 운항에 돌입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작년 6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SAF를 일본 회사에 수출했으며, 향후 대산 공장에서 SAF 연 50만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SAF 설비 투자와 기술 확보 측면에서 난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이 여러 개의 SAF 전용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는 반면, 아직 국내에 SAF 생산시설이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SAF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국내 정유업계의 시장 주도권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최근 중국의 한 에너지 기업이 이달부터 연간 500만톤 규모의 SAF 생산을 목표로 대규모 설비를 가동하면서다.
특히 중국이 SAF 주원료인 폐식용유의 최대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SAF 시장 내 주도권을 빠르게 쥘 가능성이 높다. SAF와 같은 차세대 먹거리를 중국에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국내 기업의 원료 조달처와 인프라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원료 수급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미국과 일본은 정부에서 보조금 및 세액공제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두 측면에서 경쟁력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SAF 전용 설비 하나를 구축하려면 약 1조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현재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투자여력도 안 좋아져 시설 투자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SAF 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정부에서 '중장기 SAF 혼합의무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데, 향후 시장 확산 전략이 좀 더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