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할부, 혜자카드 사라진다…카드업계 수익 악화에 혜택 축소

2025-11-05

소비자 혜택이 많아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렸던 신용카드들이 사라지고 있다. 신용카드의 무이자할부 같은 혜택은 줄고 연회비도 오르는 추세다. 정부의 대규모 신용 사면과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우대 등 규제까지 강화된 여파다. 신용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객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최장 6개월까지 무이자 할부 혜택을 지원했던 우리·BC카드는 기간을 2~4개월로 줄였다. 삼성·신한·현대카드도 온라인 쇼핑몰 결제시 무이자 할부 적용 기간을 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덕분에 올해 1분기 기준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8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금융감독원). 여신업계 관계자는 “결제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면서 주요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혜자카드로 불리는 실속형 카드도 감소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총 400종(신용 324종, 체크 76종) 카드가 단종됐다. 2022년 한 해동안 단종된 카드 수(101종)의 4배, 지난해 하반기(235종)보다 1.7배 많다.

월간 최대 6만원까지 할인돼 알짜 카드로 입소문을 탔던 ‘MG+S 하나카드’는 지난달 17일 출시 3개월 만에 단종되기도 했다. 연회비 1만원에 네이버멤버십(매월 4900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한 현대카드와, 이용실적 없이 국내·외 결제 금액 1000원당 기본 1마일리지 적립과 월 누적 이용액 100만원당 보너스 200마일리지를 적립해준 ‘BC 바로 에어플러스 스카이패스’도 올해 초부터 발급이 중단됐다.

카드·항공·금융상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등엔 “단종 전 마지막 날에 겨우 신청했는데 아직도 실물 카드를 못받았다” “혜택 좀 괜찮다 싶은 카드마다 없어지니 유효기간 놓치지 말고 확인해서 연장해야한다” 등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는 주요 카드사들이 실적 악화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전업 카드사 6곳(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 중 5곳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3분기 순이익 기준 현대카드만 89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3% 늘었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론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대출 규제가 꼽힌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전국 500만여개 영세·중소가맹점에 우대 수수료율(최저 0.4% 수준)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올해 1분기 기준 7개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이익은 총 1조274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713억원) 대비 7.1% 감소했다. 여기에 6·27 가계대출 관리 규제에 따라 카드론 한도도 줄었다. 지난 9월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1조8375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41조6869억원)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사면을 단행하면서 연체 리스크 우려도 커졌다. 단기간엔 신규 카드 발급 건수가 늘겠지만, 연체율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급 카드를 내세워 ‘큰손’ 고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결제액이 큰 고객을 확보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카드는 연회비 등급별로 혜택을 주는 아멕스 카드를 내세웠다. 700만원(블랙), 100만원(더 플래티넘), 30만원(골드), 10만원(그린) 순이다. 삼성카드는 연회비 70만원 상당에 호텔신라 숙박권 혜택을 제공하는‘신라리워즈 삼성카드’, 신한카드는 연회비 70만원인 해외주식 VIP 멤버십 ‘히어로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이 연회비로 벌어들인 수익은 7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9억원 증가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일반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인트 적립·할인이나 제휴 혜택 등이 줄고 연회비·수수료는 계속 높아지는 식이다. 배진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호주와 유럽연합(EU) 과거 사례를 보면 신용카드 수수료율 규제는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낮추거나 완전히 없애는 방향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카드론 등 대출 상품 규모가 확대돼 건전성 문제로 이어지고, 비용 절감을 위해 카드 회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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