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의 명운 결정지을 하원 선거구 조정
내년 중간선거 조기 점화...당파적 수싸움 치열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 민주 양당의 선거구 조정 '수싸움'이 점차 격화하고 있다. 선거가 1년 넘게 남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명운을 좌우할 연방 의회 장악을 위한 장외 대결이 일찌감치 불붙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의회 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민주당의 공식 선거캠페인 기구인 DLCC는 4일(현지시간) 민주당이 다수당인 각 주의회가 연방하원 선거구 재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텍사스 주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재조정하려 나서자 민주당 차원의 맞대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헤더 윌리엄스 DLCC 위원장은 "공화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시스템을 속이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 주의회가 싸울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켄 마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도 "민주당원들은 트럼프와 공화당의 선거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하려는 뻔뻔한 계획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틴 위원장은 3일 '더힐 선데이'에 나와 캘리포니아와 같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주의회에서 마찬가지로 선거구 변경 등을 통한 대응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과연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텍사스 주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은 주 내 전체 38개 연방 하원 선거구 중 5개 선거구를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기 수월하도록 재조정하는 선거구 개편안을 밀어붙였다. 통상 10년 단위로 인구 센서스 자료를 기초로 선거구를 조정해와 이미 2021년 조정이 끝났지만 이번에 다시 재조정에 나서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맞불작전이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 주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4일로 예정된 선거구 획정안 표결을 무산시키기 위해 이미 집단으로 텍사스를 떠난 상태다. 획정안을 부결시키지는 못하지만 의사정족수 미달로 표결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처럼 미국 정치권에서 연방 하원 선거구 재조정이 현 시점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배경에는 공화당 후보들의 당선을 늘리려는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총 435석(4석 공석)인 하원에서 219석을 차지해 212석인 민주당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는 공화당으로선 내년 중간선거 결과가 당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후반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란 전망이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만약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번번이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은 물론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각종 의회 청문회가 민주당 주도로 열리는 등 '트럼프 때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에게 텍사스 외에도 미주리, 뉴햄프셔, 플로리다 등 다른 주에서도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추가로 3개, 4개, 또는 5개의 (하원) 의석을 더 얻게 될 것"이라며 "텍사스가 가장 클 것이고, 5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맞불 차원에서 전국적인 선거구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리 많은 선택지가 없는 실정이라고 4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뉴욕, 뉴저지 등 많은 주가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선거구 조정을 맡고 있고 메릴랜드, 일리노이, 오리건처럼 민주당이 선거구 조정 과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주에서는 이미 민주당에 극도로 유리하게 선거구가 획정돼 추가적인 의석을 짜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임기 후반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미국 정치권의 치열한 수싸움이 임기 첫 해에 조기 점화하면서 민주, 공화 양당의 공방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