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는 단순한 먹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특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은 때로는 휴식을, 때로는 위로를 건네죠.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쿠킹에서는 안미연 무무 인 서울 오너 파티시에의 디저트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디저트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부터 감각적인 레시피까지,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달콤한 순간을 함께하세요.
④ 이스파한 다쿠아즈 (Ispahan Dacquoise)

‘계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지라도, 여전히 5월을 설명할 더 적절한 표현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계절을 가장 강렬하게 수놓는 꽃은 단연 장미입니다. 어린 시절, 주택 담장을 뒤덮은 붉은 장미 덩굴이 촌스럽게 느껴졌던 기억도 있지만, 이제는 넘실거리는 장미꽃들이 오히려 계절의 짙은 향취로 다가옵니다. 마치 점점 농도 짙어지는 5월의 공기처럼요.
서구권에서는 장미 향을 활용한 디저트가 흔하지만, 우리에겐 종종 ‘화장품 냄새’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장미 리큐르에 라즈베리와 리치로 균형을 맞춘 디저트 ‘이스파한(Ispahan)’은 오월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이스파한은 이란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15세기 말부터 17세기까지 페르시아의 수도였던 곳입니다. 장미가 풍성하게 피어나는 도시로도 유명하죠. ‘이스파한’이라는 이름의 디저트는 이란의 황후 파라 팔라비(Fara Pahlavi)의 전기 기념행사를 위해 탄생했으며, 프렌치 디저트계의 거장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가 창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미향, 라즈베리, 리치를 주재료로 하여, 이 조합을 사용한 마카롱이나 케이크, 갸토 등은 하나의 디저트 장르처럼 ‘이스파한’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마카롱과 다쿠아즈의 차이
이스파한은 일반적으로 마카롱 시트를 사용하지만, 오늘은 그보다 덜 까다로운 다쿠아즈 버전으로 소개해보려 합니다. 두 디저트 모두 달걀흰자와 설탕으로 만든 머랭을 기본으로 하지만, 마카롱은 조밀하게 만든 머랭에 가루 재료를 넣은 후 기포를 의도적으로 깨뜨리는 ‘마카로나쥬(macaronage)’라는 섬세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홈베이커나 베이킹 초보자에게는 꽤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죠. 반면, 다쿠아즈는 단단하게 올린 머랭에 아몬드가루 등의 가루 재료를 재빠르게 섞어 바로 구워내기 때문에 공정이 훨씬 단순하고, 식감도 폭신폭신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참고로 ‘다쿠아즈(Dacquoise)’라는 이름은 프랑스 남서부 도시 닥스(Dax)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머랭에 아몬드 가루를 섞어 구운 시트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오벌형(타원형) 샌드 형태의 다쿠아즈는 일본 디저트 업계에서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정착된 형태입니다. 사실, 어떤 모양으로 파이핑해도 무방한 디저트입니다.
Today`s Recipe 무무의 이스파한 다쿠아즈 (Ispahan dacquoise)

“다쿠아즈는 머랭이 꺼지지 않게 가볍게 가루류를 섞어주고, 빠르게 파이핑해 구워야 폭신한 식감을 가질 수 있어요.”
재료 준비

도구 : 지름 1㎝ 이하 원형 깍지와 짤주머니 (지름 4㎝ 파이핑, 약 20개 샌드)
(로즈)다쿠아즈 : 흰자 112g, 백설탕 42g, 아몬드가루 88g 박력분 15g, 슈가파우더 88g, 로즈향 6g
이탈리안 머랭: 물 30g, 흰자 40g, 백설탕 112g
이스파한 크림: 우유 85g, 노른자 60g, 백설탕 42g, 무염 버터 400g, 이탈리안 머랭 165g, 디종로즈 8g, 디종리치 6g (디종 리큐르 생략 가능)
장식 : 물엿, 장미, 리치와 라즈베리
만드는 법
〈로즈 다쿠아즈〉
1. 달걀흰자와 백설탕을 중속으로 휘핑해 단단한 머랭을 만든다.
2. 세 번에 나눠 설탕을 넣고 잘 녹여준다. 첫 번째 설탕 첨가 시점은 흰자가 맥주 거품처럼 거칠게 만들어졌을 때이고, 설탕이 충분히 녹았을 때 두 번째 설탕을 넣는다.
3. 마찬가지로 두 번째 설탕이 충분히 녹았을 때, 세 번째 설탕을 넣고 단단하게 머랭을 만든다.
(이때 장미향을 첨가한다. 생략 가능.)
4. 3에 가루류를채 쳐 잘 섞는다. 스패츌러를 사용해 가로지르듯 빠르게 섞어준다.
5. 원형 깍지가끼워진 짤주머니에 담아 지름 4㎝로 파이핑한다.
6. 파이핑 후 슈거파우더를 시트 겉면에 두 번 이상 뿌린다.
7. 200℃로 예열된 오븐에서 180℃로 13분간 굽는다(오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
8. 충분히 식힌 후 시트에서 분리한다.
〈이탈리안 머랭〉
9. 냄비에 물, 설탕을 118℃까지 끓인다..
10. 흰자를 고속으로 휘핑하며 (스탠드믹서 또는 핸드믹서) 시럽을 조금씩 볼 벽면으로 부어준다.
11. 휘퍼를들어 올렸을 때 새 부리 모양으로 설 때까지 단단하게 휘핑해 완성한다.
〈이스파한 크림〉
12. 냄비에 우유, 설탕 1/2을 넣고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데워준다. 이때 온도는 약 80도 이하가 적당하다.
13. 볼에 노른자, 설탕 1/2을 잘 풀어준다.
14. 데워진 ⑫를 불 밖에서 ⑬에 천천히 부어주면서 달걀이 익지 않도록 휘퍼로 잘 저어준다.
15. 잘 섞인 ⑭를 다시 냄비에 붓고, 중약불에서휘퍼로 되직해질 때까지 잘 섞어준다.
16. 식은 크림에 리큐르(디종 리치, 디종 로즈)를 넣고 잘 섞는다.
17. 버터를 부드럽게 휘핑해 식힌 크림에 섞는다.
18. 이탈리안 머랭을 섞는다.
〈데코레이션〉
19. 크기가 비슷한 다쿠아즈를 두 개씩 짝을 지어 준비한다.
20. 아랫면이 될 다쿠아즈 상단 가운데에 원형 깍지를 넣은 짤주머니에 담은 크림을 파이핑해준다.
21. 크림 안쪽에 잘게 썬 리치 생과를 넣어준다.
22. 크림 겉면으로 라즈베리를 붙여주듯 둘러 준다.
23. 윗면 다쿠아즈를 덮어 샌딩한다.
24. 상단 다쿠아즈 위에 물엿(짤주머니)을 한 방울 짜주고, 장미잎을 붙여 데코 한다.
25. 완성된 이스파한은 냉장 숙성하면 다음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안미연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