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스트 이시바’ 한·일 안갯속… 한·미·일 연대 영향 없기를

2025-09-08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선거 연쇄 패배로 인한 당내 압력에 결국 1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지난달 이 대통령 첫 방일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 정상외교 재개를 공식화하고 이시바 총리가 과거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언급하면서 협력 강화의 계기를 마련했던 양국 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차기 일본 총리 유력 후보군 이름을 들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시바 총리처럼 일본 국익을 위해서라도 한국과 우호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거의 한국과는 불편한 인사뿐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모두 이번 8·15 때 군국주의 상징이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외무상은 반한(反韓) 상징인 아베 신조 정권 시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주도자 중 한 명이다. 누가 되든 한국을 배려하지 않고 현재 입장과 강경 행보를 고수하면 한·일 관계 발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할 수밖에 없는 착잡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이시바 총리 퇴진에 대해 “한·일 양국은 미래지향적, 안정적 관계 발전 방향에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다”며 “이시바 총리 사퇴에도 앞으로도 긍정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미래·안정·긍정이라는 표현을 통해 한·일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적극적 메시지를 일본은 물론 미국 및 주변국에 발신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정부는 유동적인 일본 정치에도 역사 문제와 별개로 안보·경제·교류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투트랙 접근을 유지하는 등 한·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현재 동아시아 정세는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북·중·러 수뇌가 66년 만에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국제사회를 향해 연대를 과시하고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듯한 행보다. 한·일 모두 안보 위기 국면이다. 미국이 동맹관계를 경시하는 와중에 양국 관계마저 다시 경색되면 한·미·일 결속 이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 정치인들도 누가 차기 정권을 이어받든지 간에 격동하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대국(大局)을 보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공유하는 한·일의 공조 강화가 얼마나 중요한 시점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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