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 ‘남성 차별 영역 알아보라’ 지시로 시작
참석자들, 인식 격차 원인 SNS·정치권 등서 찾아
격차를 파편적으로 드러내는 데 그쳤다는 분석도
“남성이 차별받는 영역을 알아보고 성별인식 격차의 원인을 찾아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된 성평등가족부의 성평등 토크콘서트가 5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행사 참석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및 SNS’와 갈등해소에 나서야 할 정치권의 혐오 조장 등을 성별 인식격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행사가 구조적 성차별을 심도있게 논의하지 못한 채 성별 인식격차를 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개최한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이 지난 17일 다섯번째 행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토크콘서트는 지역에서의 성별 불균형, 사회진입기·사회참여기 청년들의 성별인식 격차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매회 20명 가량 참석했으며 참가자 연령대는 20~30대였다. 임종필 성형평성기획과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성·여성 모두 각자의 성별에서 느끼는 불이익이나 차별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라서 분명히 남성들이 겪는 불편함이 분명히 있다는 점은 확인이 됐다”고 했다.
매회 2시간씩 진행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성별인식 격차가 확대된 원인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정치권의 혐오 조장, 반복되는 남녀 대립 구도 프레임 등으로 언급했다. “인공지능 공부를 하다보면 성별인식의 간극이 벌어지는 곳이 대부분 온라인”(1차)이라거나 “젠더 갈등이 더 온라인에서 익명상에서 더 심화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2차) 등의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알고리즘을 언급하며 “인터넷 환경이 (이용자를) 점점 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성향으로 끌고 가게 되더라”(4차), “SNS에서 남녀가 편을 갈라 싸우는 경우가 많고 알고리즘이 갈등을 증폭한다”(1차)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국가와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남녀 갈등 구도를 조장하면서 성별인식 격차가 확대됐다는 참석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나라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 등 남성들이 느끼는 불합리함이 크다”거나 “정치권이 (인식격차를)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표를 얻기 위해 성별 사이 갈등을 심화한 거 아닌가”(이상 1차)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밖에 성평등부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청년 남성들에게 전가되고 사회문제를 성별 대결구도로 단순화해 접근하는 현상도 성별인식 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봤다.
성평등부는 남성에 관한 차별 사례를 주로 남성의 ‘인식’에서 찾았다. 성평등부는 다섯차례 행사를 통해 ‘군복무 당연시·폄훼로 인한 박탈감’ ‘남성은 모두 잠재적 가해자라는 전제’를 남성이 느끼는 차별인식 사례로 꼽았다. 여성들이 겪는 차별인식은 구체적인 상황에 기반해 젠더폭력의 피해자가 다수 여성인 만큼 안전에 취약하고 결혼·출산 이후 경력단절이 해결되지 않은 현실 등을 사례로 꼽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직장 내 육아휴직 사용이나 승진 기회 등 여러 구조적 성차별 사례를 확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별인식 격차를 파편적으로 드러내는 데 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성의 병역처럼 기존에 미디어나 SNS에서 언급된 사례가 재론되었을 뿐, 구조적 성차별의 구조를 이야기하며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연 행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성평등부는 “남성 역차별 사례 발굴을 위한 행사는 아니었다”며 “의제 자체가 새롭게 발굴됐다기보단 (기존 의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 김원진 기자 onejin@kha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