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제’란 없다

2025-11-17

“과장 하나 없이 1만 명은 모였다.”

지난 1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문을 연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미디어 전시 ‘위버맨시’를 찾은 한 중국인의 반응이다. 함께 올린 소셜미디어 영상엔 관람객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도 담겼다.

이 전시는 지난 2월 발매한 지드래곤의 정규 3집 ‘위버맨시’에 담긴 메시지를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등을 활용해 미디어아트로 구현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뒤 도쿄·오사카·타이베이·홍콩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그리곤 중국 대륙 내 첫 전시를 항저우에서 개최한 것이다.

당초 지난 5월 월드투어와 함께 상하이 전시를 계획했지만 갑작스레 연기됐다. 공식 포스터까지 나온 상태였다. 이후 지드래곤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홍보대사로서 지난달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만찬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드래곤의 항저우 전시가 성사되자 기대감도 부풀어 올랐다. 8년 넘게 이어진 중국의 ‘한한령’이 풀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마주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전면 복원됐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과연 ‘한한령 해제’란 현실성이 있는 바람일까. 이는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 때마다 어김없이 거론됐다. 한국 국적이 아닌 대중 가수나 힙합·재즈 등 특정 장르의 한국 아티스트 공연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유독 한국 국적 K팝 가수들에게만 문턱을 높인 건 결국 중국 당국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한·중 문화교류를 강조하면서도 ‘건전성’을 조건으로 단다. 한국 문화에 빠진 수천, 수만 명이 한 데 모이는 K팝 가수의 대규모 공연은 건전한가, 아니면 건전하지 않은가. 한국에서 건너온 연극과 뮤지컬은 막을 열었고 한국 게임에도 판호(출시를 위한 일종의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건전함이란 조건은 주관적이다.

이미 몇 차례 K팝 그룹 공연이 구체적 일정까지 나온 뒤 무산됐다. 공연 계획을 보도한 기자들만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신세다. 양국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는 분위기에도 아예 ‘한한령 해제란 없다’고 여기는 게 마음 편한 판국이다.

최근 ‘카카오톡 해제’ 해프닝에 만감이 교차했다. 중국이 접근 제한을 끝냈다는 해석도 있었다. 한국에서 진위를 물어온 이들에겐 ‘당신이 잘 몰라서 그렇다’라는 말은 아끼고 앞뒤 사정을 길게 설명했다. 오늘도 가상사설망(VPN)이 없인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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