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보름 전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났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이 화제였고 사장들과의 덕담도 오갔다. 간담회장 분위기는 모처럼 훈훈했다. 생경한 풍경이었다. 진보 보수를 떠나 그 동안 게임은 거리를 둬야 할 대상이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 입장에서 학부모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 우리 사회에서는 게임을 질병코드로 등재할 지 여부에 대한 무수한 논쟁을 겪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 '바다이야기 사태' 트라우마가 있었다. 물론 아케이드 게임이였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대상이었다. 모두가 손사래를 쳤다. 괜히 엮이면 악의 축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게임은 그 동안 공공의 적이었다. 오락실 두더지 게임처럼 고개를 내밀면 정을 맞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K게임은 생존했다. 아니 초고속으로 진화 중이다. 미국 중국 등 해외 기업과의 비대칭 규제에도 불구하고 30년 역사를 자랑한다. 서른 살을 넘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온라인 모바일 K게임의 역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넷마블 네오위즈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사로 우뚝섰다.
실제 우리 게임은 산업으로만 보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우선 수출 효자다. 문화콘텐츠 수출 분야에서도 일등공신이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게이머들은 K게임에 열광한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오일머니도 한국 게임 아이템 사냥에 열을 올린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팬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 같은 산업적 토대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명예스러운 수식어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일자리 창출에도 한 몫했다.
그렇지만 게임은 악마화 과정을 겪어 왔다. 마녀사냥이라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다. 국내에서는 공부를 방훼하는 매개체로 낙인이 찍혔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중에는 장시간 게임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마약 도박과 비슷한 행위 중독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급기야 질병코드 등재논쟁까지 발생했다. 그런 논리라면 스마트폰 중독, 틱톡 중독, 유튜브 중독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게임은 문화다. 여가의 수단이다. 물론 10-20대 가운데 과몰입해서 자체 컨트롤이 힘든 청소년도 있다. 이같은 학생들은 국가가 제도적 교육으로 계도해야 한다. 환자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게임은 산업이다. 그 어떤 개발자도 재미 없는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게임의 홍수 시대에서는 개발 단계에서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그래픽 음향이 없는 게임은 외면받는다. 어쩌면 칙센트 미하이가 강조한 '몰입'은 성공과 흥행을 위한 필수요소다. 밸런스의 문제이지, 몰입감을 없앤 게임을 만들 수 없지 않는가. 또 다른 관점은 자본력이다.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투자한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인다. 우리나라 중소 게임 개발사가 버티기 쉽지 않는 유통 구조가 고착화 됐다.
실제로 메이저 몇 몇 게임사를 제외하고는 우리 게임산업계는 위기에 직면했다. 타 산업의 일로만 여겨졌던 희망퇴직, 구조조정도 현실이 됐다. 상당수 개발자와 운영 스텝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제는 게임에 대한 시선을 바꿀 때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문체부는 질병코드, 게임 셧다운제와 중국 판호 등 현안에 대해 적극 행정은 취하지 않았다.
김원석 부국장 stone201@etnews.com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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