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국난극복의 상징이었던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전 세계 여자골프 역사에서 중요 사건 4위에 올랐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1일 여자골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20가지를 선정, 발표했다.
매체는 “여자 골프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며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평가하기 위해 골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고, 후보들을 추려 편집국 차원에서 여자 골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뽑았다”고 밝혔다.
이 중 박세리의 1998년 US여자오픈 제패가 전체 4위를 기록했다.
박세리는 당시 태국계 미국인 아마추어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연장전 끝에 한국인 최초의 US오픈 골프 대회 챔피언이 됐다.
특히 박세리는 연장 18번 홀에서 친 드라이브 티샷이 약간 감기며 필드에 떨어진 뒤 페어웨이 왼쪽 연못으로 넘어갔다. 공은 연못가 수풀 사이에 놓여 있었다. 박세리는 주저 없이 양말을 벗었다. 공은 엉킨 잔디 틈 사이 아슬아슬 걸쳐진 채 바닥에서 붕 떠 있었다. 물은 생각보다 깊어 종아리가 절반 넘게 잠겼다.
이날 물속에 두 발을 담그고 날린 박세리의 샷은 TV 애국가 배경 화면으로도 쓰였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매체는 박세리의 1998년 US오픈 우승이 당시 경제 위기를 겪던 한국민들에게 희망을 줬고, 박인비와 고진영 등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체 1위는 195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창설, 2위는 1972년 미국에서 제정된 교육 개정안 ‘타이틀 9’이 차지했다. 타이틀 9는 여성의 고등 교육 기회 확대와 학교 스포츠에서 여성 참여 증가 등 성평등 교육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수많은 여자 골프 선수들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시켰다.
3위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003년 남자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일이었다.
박세리에 이은 5위는 1990년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 솔하임컵 창설, 6위는 현재 셰브론 챔피언십으로 개최되는 메이저 대회가 콜게이트 다이나쇼어 위너스 서클이라는 명칭으로 1972년 미션힐스CC에서 처음 열린 것이다.
7위는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가 대장암을 딛고 1954년 US오픈에서 12타 차로 우승한 일, 8위는 미키 라이트(미국)가 1963년에만 LPGA 투어에서 13승을 거둔 사례, 9위는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가 신인으로 시즌 9승을 거두며 상금왕·올해의 선수·신인상을 휩쓴 돌풍이 선정됐다.
10위는 1982년 캐시 휘트워스(미국)가 LPGA 투어 최다승 기록을 달성한 사건이 뽑혔다. 휘트워스는 1982년 83승째를 거둬 라이트의 82승 기록을 넘어섰고, 1985년까지 88승을 거둬 현재까지도 LPGA 투어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 외에 박인비가 2015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일이 17위에 올랐다. 교포 선수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2015년 17세 나이에 세계 랭킹 1위가 된 것은 20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