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여행 시 반드시 들려야 할 곳으로 올리브영, 무신사, 롯데마트 등이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신사는 빠른 속도로 외국인 관광객의 K패션 쇼핑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서며 매출 확대를 노리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1~5월 오렌지스퀘어의 선불카드 ‘와우패스’를 통해 결제한 내역을 분석한 결과. 결제 건수 상위 1000개 사업장 중 K뷰티, K패션에 결제금액의 36%가 사용됐다. 와우패스란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선불카드로 최근 이용자가 230만 명을 넘어섰다. 월 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약 400억 원으로 와우패스는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한국 여행 시 필수템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한 업종은 화장품(21%)이었다. 화장품 업종 내에서도 특히 올리브영이 8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탬버린즈와 퓌 아지트 등도 MZ 세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올리브영에 비하면 결제 비중이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의류 업종은 화장품에 이어 결제금액 비중 15%로 집계됐다. 이 업종 내 가장 많은 결제금액을 차지한 건 무신사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무신사가 지난해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와우패스로 결제한 상위 사업장 1000개 내에 들지 못했던 점이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서울 명동, 성수 일대에 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스토어 등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열고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무신사에서 옷을 사는 외국인들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류는 화장품 업종과 달리 업체 간 결제금액의 비중 차이가 1%포인트에 그쳤다. 이에 미뤄볼 때 K패션에서 외국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쇼핑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유통기업이 강세를 보였다. 마트의 경우 결제액 비중은 롯데마트(45%), 다이소(30%)가 과반을 차지했다. 쇼핑/면세에서는 현대백화점이 33%로 가장 비중이 크고 이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순이었다. 내수 시장에서 2, 3위 업체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가장 인기가 높은 셈이다. 명동, 여의도 일대에 매장이 위치해 있고 K푸드 등에 특화된 코너를 강화한 점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치맥’ 사랑은 올해도 지속됐다. 식당 업종에서 BHC, 교촌치킨이 외국인 결제 비중이 큰 상위 5위 업체에 포함됐다. 또 지난해 외국인이 많이 찾았던 명동교자 대신 한국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영천영화식육식당, 부촌식당 등이 순위권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외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됨에 따라 방한 외국인은 올해 200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기존 내수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유통 업체로선 내국인의 매출 감소분을 외국인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다.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라면, 과자, 디저트 코너를 강화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번역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 면세점까지 가세해 외국인에게 인기 많은 K푸드, K뷰티, K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며 “지금 인기가 많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향후 외국인에게 높은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큰 후속 주자들을 발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