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중 3명 ‘미국 못 믿어’…일본인 절반 ‘한국 비호감’

2025-08-28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일본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 10명 중 3명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본인 10명 중 4명은 ‘미·일 관계 미래가 부정적이다’고 답했다. 한일 양국 협력 필요성은 커졌지만, 호감도는 엇갈렸다. 한국의 일본에 대한 ‘호감’은 52.4%인 반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은 24.8%에 그쳤다. 한일관계 개선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가 일본 여론을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 일본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API), 미국 한국경제연구소(KEI)가 공동으로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한국은 EAI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8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 포인트다. 일본과 미국 조사는 각각 API와 YouGov가 현지에서 진행했다. 일본은 지난 19~20일 만 12세 이상 국민 1037명, 미국은 지난 8~19일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국과 일본에서 나타난 대미 신뢰도 하락이다. ‘미국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인가’라는 물음에, 한국 응답자의 30.2%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EAI가 별도로 진행한 여론조사(18.2%)보다 12% 포인트 상승했다. 일본 응답자의 44.7%는 미·일 관계 미래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23.6%)이라는 답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미국 신뢰 하락의 원인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과 미국의 무역·안보정책에 대한 반발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한국(73.1%)과 일본(70.1%)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율의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한국 80.9%, 일본 76.5%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미국 역시 45%가 반대했다. 특히 고율 관세를 일부 삭감해주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약 485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한 ‘한미 관세 합의’를 두고 한국 응답자의 55.6%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은 32.8%였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및 투자 제한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한국 57.6%, 일본 50.3%로 조사됐다. 직전인 2023년 조사에서는 한국 33.6%, 일본 12.3%만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경제질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한국 71.1%, 일본 63.2%로 나타났으며, 미국도 56.6%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안보정책 역시 미국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원인으로 나타났다. 각각 주한미군, 주일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에서 ‘방위비를 너무 많이 부담하고 있다’는 응답이 한국 53%, 일본 56.7%였다. 양국 모두 ‘적절하다’(한국 31.9%, 일본 19.8%)와 ‘적게 부담하고 있다’(한국 4.1%, 일본 3.7%)를 합친 것보다 높았다. 미국에서도 한국, 일본이 방위비를 ‘적게 부담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13.7%, 13.5%로 소수의견이었다.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중국을 견제한다는 점이다. 한국 응답자의 73%가 ‘중국이 한국의 군사적 위협’이라 답했다. 일본은 68.7%, 미국은 58.6%였다.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에 동의한 비율도 한국이 72.1%로 일본(42.1%), 미국(42.2%)보다 월등히 높았다.

중국에 느끼는 위협감은 동맹 확대 요구로 이어졌다. 한국 응답자의 56.1%가 ‘한미동맹이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등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에 대한 한국 방위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58.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35.5%에 그쳤다. 한미일 삼각 군사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 역시 한국은 78.8%, 일본은 51.7%였다. 그 이유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응답은 한국(64.3%)이 일본(56.5%)보다 높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일은 ‘동병상련’ 입장이지만 상호인식은 엇갈렸다. 한국은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올랐지만, 일본은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 2013년부터 진행된 EAI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올해 처음 절반을 넘어 52.4%였다. 일본은 2015년(52.4%)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 대한 ‘비호감’(51%)이 절반을 넘었다. EAI는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본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감’은 10.5%, ‘비호감’ 39.2%, ‘잘 모름/어느 쪽도 아님’이 50.3%로 조사됐다. 다만 해당 여론조사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호감도는 반영되지 않았다.

한편, 이념적 성향에 따른 대외관의 양극화 경향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정치적 성향이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 중 51.1%는 일본을 ‘비호감’이라고 밝혔다.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 일본을 ‘비호감’이라고 밝힌 경우는 22.7%였다. 진보-보수 간 호감도 격차가 30% 포인트 가까이 났다. 경향신문의 ‘광복80주년 2030 대일 인식조사’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일본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과반(52%)을 차지했다. 특히 진보 성향 응답자에게서는 그 비율이 62%까지 치솟았다. 손열 EAI 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정치적 지지기반인 진보 세력과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 갈 수 있는가가 향후 정부 외교, 나아가 정부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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