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3·9 대선 3주 뒤인 3월 30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휴대전화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번에 애 많이 써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한학자 총재와의 만남을 약속한 통화 상대는 김건희 여사였다. 김 여사는 통일교 측에 수차례 “여러가지 도와줬다는 말을 듣고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두 번째 공판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윤 전 본부장과 김 여사 간 통화녹음 파일이 재생됐다.
김 여사는 이른바 ‘건희2’로 알려진 번호로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진법사 전씨는 이 번호를 건희2로 저장했는데, 검찰·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 번호는 김 여사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사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김 여사 역시 “내가 아닌 수행비서 행정관이 사용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했었다.
건희2 번호에서 나온 김건희 육성…'건진법사 청탁' 스모킹건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김 여사가 건희2 번호로 전화를 건 뒤 “비밀리에 쓰는 번호”라고 한 육성이 공개되면서 실사용자가 김 여사란 사실이 드러났다.
김 여사는 이 통화에서 윤 전 본부장에게 “(한학자) 총재님한테 인사드려야 하는데 비공개 비밀리에 인사드리겠다. 너무 애써줘서, 말로 다 어떻게 하겠나. 그 동안 노력해주신 것 너무 감사하다”며 통일교 측 대선 지원에 재차 감사 인사를 했다.
김 여사가 건희2폰 실사용자란 점은 ‘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입증하는 핵심 단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씨는 이 번호로 수차례에 걸친 청탁성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이미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2022년 4월 전씨가 이 휴대전화로 8명의 이름과 희망 근무지를 적은 명단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상의 인사 청탁 메시지였는데, 건희2 번호에서 보내온 답장엔 “이력서를 보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건희2 번호로 인사청탁에서 취임식 초청 요청까지

전씨가 2022년 5월 윤 전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엔 건희2 번호로 윤 전 본부장, 한학자 총재의 맏며느리 문모씨, 한국종교협의회 간부들의 생년월일·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정리해 보내며 초청을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윤핵관 쪽에서 제 사람들을 쓰지 말라고 했다” “내가 얼마나 희생했는데” 등 자신의 인사 청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런 점 등을 근거로 통일교에서 신도 집단 입당, 쪼개기 후원금 등의 방식을 활용해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것은 물론, 전씨를 통해 샤넬백·목걸이 등 청탁성 물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희2폰 사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씨가 수행비서를 통해 각종 청탁과 민원을 했지만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김 여사의 방어 전략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날 재판에선 전씨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김 여사와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특검팀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엔 이 부회장이 전씨에게 “이 번호 주시구요. 건희씨 만나서 반가웠다고”라는 내용이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