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영삼 재산공개에서 배워야

2025-08-25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정부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3년 2월 본인의 재산부터 공개하면서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정착시켰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정부 발의로 추진해 통과시켰다. 아시아 최초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1월29일 민관 합동 전자정부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전자정부법 등 관련 법을 정비했다. 2002년 9월에는 전자조달 시스템도 구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자정부가 잘되면 나라의 능률은 최고로 올라가고 부패는 없어지고 국민의 신뢰하에 모든 게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보공개와 기록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2004년 정보공개법을 전면 개정해 사전정보공표 제도를 도입하고 정보공개 청구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2006년 4월에는 통합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을 개통해 온라인 정보공개 청구를 가능하게 하는 등 정보공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이뤄진 제도와 시스템 정비는 절반의 성공만 가져왔다. 시스템은 비교적 잘 갖춰졌지만,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그에 따라가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정보공개가 비교적 잘 이뤄지게 됐지만, 힘 있는 권력기관들은 그렇지 않았다. 힘이 있을수록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대통령비서실, 검찰, 법무부, 감사원 등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대표적 기관이다. 이 기관들은 다른 공공기관들이 공개하는 업무추진비 집행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행태를 보여왔다. 현금으로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는 국회에도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이런 비밀주의 행태는 단지 예산 낭비로 끝나지 않았다. 이것은 ‘내란을 일으킨 전직 검찰총장’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민 세금인 검찰 특수활동비를 명절 떡값, 자의적인 격려금 등으로 펑펑 썼다.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자신의 통치자금처럼 쓰면서 검찰 조직을 사유화하고 검찰권을 남용했다. 예산의 사유화를 통해 권력을 사유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최고 권력을 움켜쥔 것이다.

이처럼 비밀주의는 부패, 부조리, 예산 낭비의 온상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따라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비밀주의를 타파하는 정보공개’이다.

이것은 권력기관 개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의 출발점은 검찰 예산집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게 함으로써 검찰을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감사원 개혁의 출발점은 감사원 예산집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감사원이 피감기관의 모범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는 2023년 4월 대법원에서 정보공개 판결이 확정됐지만, 검찰은 일부 정보만 공개한 채 여전히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감사원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출장비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다 지난 14일 대법원의 정보공개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비밀주의 타파는 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이다. 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정부 신뢰도는 급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 중앙정부 신뢰도는 2021년에 비해 12% 가까이 하락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에델만이 2024년 조사한 대한민국 정부 신뢰도는 38%로 전해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 정보공개이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가짜뉴스’도 줄고, 불필요한 갈등도 줄어들 수 있다.

이전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면, 정보공개는 결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이 솔선수범해 재산공개를 함으로써 고위공직자들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대통령비서실도 정보공개의 예외가 아니라는 판결이 확정된 상황이다. 대법원은 지난 6월12일 대통령비서실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수의계약 내역도 정보공개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부터 하고, 이를 바탕으로 권력기관들의 정보공개를 이끌어내면서 정부 혁신의 동력을 획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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