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이상훈 전 대법관 별세…소신 지킨 원칙주의자

2025-08-25

이상훈 전 대법관이 25일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69세.

광주에서 태어난 이 전 대법관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1980년 사법연수원을 10기로 수료했다. 판사로 임관한 후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해 재판 실무에 두루 정통할 뿐 아니라 법원행정처 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쳐 사법 행정에도 밝았다.

판사 재직 중에 서울대에서 ‘다수주주권 남용에 대한 회사법상의 소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유학 시절에도 꾸준히 논문을 내는 등 ‘연구하는 법관’으로도 통했다. 행정처 차장이던 2011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양승태 당시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 전 대법관은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박시환·김지형·김영란·이홍훈·전수안 전 대법관 퇴임 이후 보수색이 짙어진 대법원에서 소수의견을 많이 냈다. 2012년 4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의 유죄 확정판결 때 “정부 정책에 비판 의사를 표하며 개선을 요구한 건 표현의 자유”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2015년 1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때 “이 전 의원의 선동은 국지적 파괴 행위일 뿐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무죄 취지로 반대했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유죄 확정 때에도 “(공여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것보다 법정에서 한 진술을 신뢰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2017년 2월 대법관 퇴임 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를 맡아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으며 개인 변호사로 있다가 2020년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옮겼다. 이후 췌장암이 발견돼 일본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고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동생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세웠고 현재 LKB평산 이사회 의장인 이광범(66·13기)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판사 시절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였고 이후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인사실장, 사법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형제는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고위 법관으로 사법개혁을 도왔다.

이 전 대법관의 아들 화송씨와 며느리도 현직 부장판사다. 유족은 부인 이덕미씨와 아들 화송씨, 딸 화은씨, 사위 김현승씨, 형제 이철·이광범·이정화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 발인은 27일 오전 8시 30분, 장지 1차 서울추모공원, 2차 용인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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