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까지 활용 ‘맛의 디지털화’ 속도…먹어보지 않아도 ‘절대 미각’ 찾는다

2025-06-01

식품과 첨단 기술이 결합한 ‘푸드테크’가 이제는 인간이 느끼는 ‘맛’의 디지털화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맛은 단순히 혀로 감지하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등 미각뿐만 아니라 음식의 향기를 맡는 후각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실제로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풍미의 80% 이상이 후각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도 주관적인 맛을 숫자로 표현하고 디지털 기술로 재현할 수 있다면 매우 획기적일 것이다.

감각적인 측면에서 디지털화란 인간의 복합적인 감각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데이터로 저장·분석·전송·재현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는 인간의 시각 정보를 디지털 이미지로 바꾼다. 마이크는 귀로 듣는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녹음하거나 분석하고, 스피커로 이 신호를 소리로 되돌려준다. 이러한 원리는 감각 정보를 디지털로 바꾸어 저장하고, 필요한 순간에 재생하거나 분석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최근에는 이 디지털화의 개념이 맛과 향기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맛의 디지털화를 위한 대표적 기술로는 ‘전자 혀’와 ‘전자 코’가 있다. 전자 혀는 음식에 포함된 다양한 맛 성분을 전기적 신호로 감지한다. 전자 코는 휘발성 향기 분자를 탐지해 신호 패턴을 분석한다. 현재 전자 혀와 전자 코는 와인과 커피의 맛 품질 평가, 육류와 생선의 신선도 판별, 발효식품의 숙성도 측정 등 주로 성분 분석과 식품 품질 평가에 활용되고 있다. 비록 인간의 미각·후각 지각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정보에 대해 인공지능(AI) 등의 기술과 융합함으로써 인간 감각 기반의 정성적 정보를 보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미각·후각 수용체 자체를 활용한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입안에는 맛과 향기를 감지할 수 있는 ‘수용체’라는 단백질이 다수 존재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 미각·후각 수용체를 실험실에서 재현하고, 각각이 어떤 물질에 반응하는지 분석해 ‘맛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이 방식은 실제 인간 수용체가 특정 성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감각의 분자적 해석과 맞춤형 식품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전자센서보다 생체적 정밀성이 높아 향후 감각 디지털화의 핵심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맛의 디지털화는 최종적으로 뇌의 인지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 ‘뇌파측정장치(EEG)’는 맛이나 냄새 자극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신경 반응을 객관적인 형태로 기록한다. EEG를 통해 ‘어떤 맛이 감지되었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느끼고 좋아했는가’와 같은 정서적·인지적 반응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향후 개인 맞춤형 식품 추천, 감각 반응 기반 콘텐츠 개발, 심리적 만족도 측정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맛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뜻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들의 음식 선택 기준을 바꾸고 개인화된 감각을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식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준다. 앞으로는 직접 시식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맛을 가상으로 체험하고, 뇌파 데이터나 수용체 반응 기반으로 맞춤형 식품을 추천받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디지털 맛은 건강, 즐거움, 효율성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식문화의 시작이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인간이 인지하는 맛은 분자 조성뿐 아니라 개인차, 기억,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요소를 해석해 디지털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더 큰 도전이다. 그럼에도 향후 맛의 디지털화가 이뤄진다면 식품산업의 혁신을 넘어 인간의 감각 경험 자체를 확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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