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연대에 메가 샌드박스도···최태원의 혜안 현실로

2025-07-10

이재명 정부가 경제 회복을 목표로 새로운 정책 환경을 설계하는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동반자를 자처하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오른 '메가 샌드박스'가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최 회장이 던진 화두가 정책으로 구체화되자 외부에선 경제단체 수장이면서 재계 맏형인 그의 존재감에 다시 한 번 시선을 모으고 있다.

10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를 수립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메가 샌드박스'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 중 "대한상의를 통해 '메가 샌드박스' 제안을 받았다"면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발전 방안과 적극 행정 활성화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소개했다.

메가 샌드박스는 혁신사업자를 대상으로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샌드박스 시스템을 전국 광역 단위로 확대한 개념이다. 특정 지역을 지정해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주고 인프라를 집중 지원하며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샌드박스가 일정 기업·사업에 국한한 일시적 규제 완화였다면, 메가 샌드박스는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메가 샌드박스를 가장 먼저 화두로 꺼내든 인물이 바로 최태원 회장이라는 덤이다. 그는 AI를 중심으로 사회가 급격히 변모하는 가운데 옛 방식을 고수한다면 변화를 이끌 수 없다며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최근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에 만들어지면 인구가 유입되고 교육·주거 등 정주 여건이 개선돼 지역소멸과 저출생 문제까지 동시에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두 곳을 먼저 정해 집중적으로 성공시키면 그걸 모델로 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언을 기초로 정책의 틀이 만들어지자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정책 환경 변화를 촉진시키면서도 정부와 기업 간 중재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는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민주당과 소통하며 의견을 공유한 바 있다.

한일관계를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에서도 이 같은 공감대가 확인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 경제적으로 협력할 게 많고 서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그 역시 최 회장의 '경제연대' 시나리오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5월 더불어민주당과 경제5단체 간담회 중 불확실성을 돌파하려면 비슷한 사회 구조 속 공통의 과제를 짊어진 한일 양국이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출생·저성장의 동병상련을 겪는 양국이 경제 블록을 만들어 시장과 생산기반을 키우면 성장을 일궈내는 것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협상력과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당시 최 회장은 "현재 2조달러 수준인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를 일본과 합치면 6조~7조달러로 키울 수 있다"며 "여기서 1%의 성장은 과거 우리가 생각하는 2~3%의 성장보다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LNG 공동구매와 탄소포집활용 등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데, 현재 대한상의 차원에서 세부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남긴 것은 최 회장의 제안에 화답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재계 맏형으로서 연일 정치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면서 "단순한 구상에 그치지 않고 구조 또는 실현 방안까지 제안하며 '설계자형 리더'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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