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북유럽 국가 중 그 어느 곳보다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강한 곳은 스웨덴이다. K-팝의 흥분은 이미 10여 년 동안 스웨덴 젊은이들을 통해 최고의 수준으로 올라섰고, K-드라마와 K-영화, 거기에 K-클래식까지도 상당한 저변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 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K-문학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고, 이런 K-컬처의 최고 정점에 올라 선 것이 우리 문화의 정점이기도 한 한식이다. K-팝으로 시작해 K-문학에 이르는 한국 문화의 완성이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K-푸드, 즉 한식을 위해 주스웨덴한국문화원이 올 하반기 보여준 노력은 북유럽의 한국 문화 흐름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주스웨덴한국문화원(원장 유지만, 이하 문화원)은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스톡홀름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두 건의 한식 행사를 연이어 개최했다.

11월 7일에는 파인다이닝 팝업 행사 ‘반주(Banju): Dining Notes from Korea’를 통해 한식의 새로운 ‘멋’을 소개했고,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는 사찰음식 프로그램 ‘수행자의 식탁: 한국 사찰음식의 철학과 실천(The Monk’s Table: Philosophy of Temple Cuisine)’을 열어 한식의 깊은 ‘맛’과 철학을 알렸다.
두 행사는 다양한 식문화가 공존하는 북유럽 환경에서 한식의 스펙트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첫 번째 행사인 ‘Banju: Dining Notes from Korea’는 문화원과 스웨덴 크리에이티브 그룹 Balue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공간 디자인, 아트 디렉션, 메뉴 개발을 아우르는 Balue는 한국식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패션 기업 H&M, 러닝 브랜드 SATISFY 등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 브랜드 닥터자르트의 해외 쇼케이스 파트너로도 참여해, 한국 문화·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현지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Balue가 공간 디자인부터 음식과 전통주 페어링까지 하나의 콘셉트로 통합해 기획했으며, 엣 헴 키친(Ett Hem Kitchen)의 헤드 셰프인 장근영 셰프가 짜장면, 광어 물회, 소보로 등을 파인다이닝 스타일의 코스 메뉴로 선보였다. 음식과 함께 전통주를 하이볼과 칵테일 형식으로 선보이며 전통주의 매력을 전달했다.

행사에는 아크네 스튜디오 등 유명 패션 브랜드 관계자와 인플루언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한식이 스톡홀름의 식문화에서 어떻게 소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Balue의 큐레이션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참여는 한식이 스톡홀름의 라이프스타일 속에 세련된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사찰음식 행사 ‘The Monk’s Table’은 채식 문화가 강한 스웨덴에 한국의 깊이 있는 채식 문화인 사찰음식을 소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식문화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사찰음식은 육류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으로 절제·감사·생명 존중의 철학을 담고 있다.
첫날인 25일에는 사찰음식 장인이자 르 꼬르동 블루 런던 캠퍼스에서 사찰음식 강의를 맡았던 법송 스님이 발우공양 체험을 진행해, 전통 예법과 식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26일에는 정관 스님의 수석 셰프로 활동한 바 있는 오경순 셰프가 현지 식재료로 사찰음식의 철학이 담긴 메뉴를 선보였다. 또한 절된장, 절간장, 누룩소금 등 고유한 장류도 소개했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쿠킹스튜디오 아베키아(AVEQIA)에서 법송 스님이 사찰음식을 주제로 하는 실습형 세미나를 진행했다. 스웨덴 학교 및 공공기관 급식 전문가, 단체급식 셰프, 스웨덴 국가대표 셰프팀(Svenska Kocklandslaget) 소속 셰프 등이 참여해 사찰음식의 철학을 현지 급식 환경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알레르기·종교·채식 등 다양한 조건이 공존하는 북유럽 급식 시스템에 사찰음식이 하나의 메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건강·푸드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가이자 저자 르네 볼테르(Renee Voltaire), 현지 정치인, 쿱(Coop) 매거진 기자 등 현지 식문화 오피니언 리더들도 참여했다. 이들의 후기를 통해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대중과 업계로 확산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유지만 원장은 “두 프로그램은 한식의 ‘멋’과 ‘맛’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였으며, 한식이 스웨덴의 미식·교육·라이프스타일 분야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한식이 지속가능성과 창의성을 갖춘 글로벌 식문화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